[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큰 악영향이 예상된다.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환율 압박에 외인들의 ‘셀코리아’ 러시가 우려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네 번 남아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빅스텝’을 포함하는 특단의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큰 악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세전광판. /사진=김상문 기자
24일 외환시장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달러 환율 리스크가 점점 국내 증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종가 1301.8원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달러 환율은 지난 2009년 7월 이후 무려 13년 만에 1300원대에 진입했다. 다음 거래일인 이날 장중 환율이 다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298원 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진입했던 시기는 1997년 IMF 사태,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밖에 없었다. 현재 상황이 아직 그 정도의 위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1300원이라는 수치는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주식시장이 유난히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환율 불안정성이 꼽힐 정도다.
일단 시선은 한국은행으로 쏠린다. 내달 13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75%로 미국과 동일한 상황이라 원화 가치가 하방 압박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한은의 빅 스텝이 환율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1300원에 대한 부담으로 외환당국의 실개입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지만 경계감은 유효하다”면서 “하반기 원‧달러 환율 상단은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은의 금통위가 종료된 직후 미 연준(Fed)이 빅 스텝을 넘어선 ‘자이언트 스텝’을 다시 단행하면 한미 금리는 다시 역전돼 정책 효과가 희석될 우려도 있다. 결국 한 번의 빅 스텝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으로 여러 주장들이 수렴되는 모양새다.
국내 증권사 한 고위 관계자는 “고물가‧고유가 등이 이미 상수로 깔려 있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환율은 개별 기업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는 정도”라면서 “올해 남아 있는 금통위에서 최소 3번의 빅 스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