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SK이노베이션의 60년 사업 역사를 조명하는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연구에 참여한 기업가정신학회원들은 석유 사업을 시작한 최종현 선대 SK그룹 회장과 ESG에 입각한 최태원 회장의 경영을 되돌아보며 SK이노베이션이 종합 에너지 회사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SK이노베이션은 기업가정신학회와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에서 'SK이노베이션 혁신성장 스토리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30일 SK이노베이션은 기업가정신학회와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에서 'SK이노베이션 혁신성장 스토리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춘우 기업가정신학회장 △김상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배종훈 서울대학교 교수 △표민찬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이지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임이숙 한양대학교 교수 △한준 연세대학교 교수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그린 에너지∙소재 기업'으로서 SK이노베이션이 있게 한 혁신 성장 포인트를 '빅 픽쳐'와 '딥 체인지' 두 가지로 나누고, 이와 관련한 혁신 테마 10개를 선정해 연구∙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 안보의 위기가 된 ‘무자원’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성공 확률 5% 미만인 자원 개발에 도전했고, 개척·탐험·도전·위험 감수의 기업가 정신 발휘를 통한 비즈니스 밸류 체인 안정화를 이뤄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발제를 맡은 이춘우 학회장은 "SK이노베이션은 세계 각지에서 유전을 개발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을 산유국으로 키워냈다"며 "우리 역사에서 반드시 기록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경(옛 SK)은 대한석유공사(유공)을 인수해 첫 번째 혁신인 종합 에너지 기업이라는 '빅픽쳐' 아래 성장해 왔고, 두 차례의 석유 파동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면서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위해 에너지 안보는 필수’라는 사명감을 사업으로 키워냈다"며 "새로운 경영 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딥 체인지'라는 두 번째 혁신을 이뤄내 글로벌 그린 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배 구조 선진화가 중요하다고 판단, 국내 기업 최초로 이사회 중 사외이사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여왔다.
이 학회장은 "ESG 시대가 도래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선도자로 변신하고 있는데, 이 자체만으로도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기업 혁신의 가치는 행복을 창출하는 것에 있다"고 부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소재 등 비 정유 사업 포트폴리오를 키워가고 있다. 이 학회장은 "이는 '딥 체인지'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이 강조한 SK이노베이션의 혁신 DNA는 최태원 회장을 거쳐 완성 단계에 이르렀는데, 이는 탄소 중립 달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SK이노베이션 혁신성장 스토리 학술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유공 연구소 설립과 성공적인 운영이 SK 발전의 핵심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상준 교수는 "이곳은 기반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정 기술과 제품 기술 혁신을 지속해왔다"며 "10~50년 후를 내다보며 연구·비즈니스 개발(R&BD)을 연구소 시스템으로 정착시킨 점은 유공을 이노베이터(Innovator)로 변신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봤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초로 그룹Ⅲ 윤활기유를 개발해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들었고, 현재 친환경 고성능 윤활유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에너지 다양화·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대 관점에서 LNG 에너지 밸류 체인을 확보하고 수소 가스 산업 기반을 조성했다. 또한 SK그룹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 산업 연구·개발(R&D)에 집중해 2007년 분사시키도 했다.
배종훈 교수는 "'시장을 만든다'는 말은 SK이노베이션 60년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임과 동시에 경영의 본질"이라며 "회사 이름에 '이노베이션'을 붙인 건 '좋은 경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회사의 가치"라고 평했다.
기업 간 전략적 제휴는 이익을 거둘 수 없어 깨지기 쉽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배 교수는 "석유 공장은 설립 3~4년이 지나야 수익을 보는데,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시노펙과의 합작사 중한석화 경쟁력 강화 경쟁력 강화 TF를 조직했다"며 "그 덕분에 적극적으로 공장 운영을 지원해 첫 해부터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몰입성'이라는 키워드 아래 끊임 없이 재투자를 했다"며 "이는 외국 기업에 정유 사업권을 주지 않는 중국에서 석유·정유 회사를 모두 갖게 됐고, 중국 화학 산업 육성과 연화일체 등을 완성시켜 나가는 중요한 협력모델이 되고 있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첫 배터리 기업이기도 하다. 1982년 '종합 에너지 기업'을 비전으로 에너지 축적 배터리 시스템을 친환경 사업으로 선정하고 준비를 시작했고, 1990년대 초부터 본격 R&D를 거쳐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수주 잔고를 보유한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지환 교수는 "현재 전기차 보급률은 5%에 불과한데, 한 조사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차 전지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SK온은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의 성과만 따져보면 대단히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SK그룹 경영진은 배터리를 단순히 자동차에 들어가는 소재나 부품으로 본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미래 사회를 열어갈 에너지원으로 인식해 접근했다"며 "이는 '더 함께 뛰겠다'는 최종현 선대 회장의 어록과도 궤를 함께 하며, 결국 전략적 방향성의 설정임과 동시에 약속이기도 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이제 시작 단계에 놓여있다"며 "SK그룹이 그간 쌓아온 여러 노하우를 바탕으로 희망적인 길을 걸어갈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임이숙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의 노사 문화에 대해 짚었다. 임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은 이 분야에 있어 가히 혁신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이의 핵심 가치인 ‘한솥밥·한 식구’ 개념이 '딥 체인지'라는 모티브를 통해 선진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그는 "선대 최종현 회장은 기업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고 여겼다"며 "격한 노사 분규가 많던 다른 회사들과 달리 SK에서는 휴머니즘 경영을 표방해 갈등을 겪지 않았는데, 이 같은 민주적 노사 관계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