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지금까지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당시 여러 가지 우려는 있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로 이겨내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체제’는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과 다른 스타일이다. 이건희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경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
특히 아침에 출근하는 이재용 부회장을 보면 언론에 노출될 때에도 뒤로 숨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또 이재용 부회장은 국내외 출장을 다닐 때도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닐 때가 많다.
이재용 부회장은 북미와 아시아, 유럽 등을 다니며 글로벌 기업과 유력인사들을 만나 인맥을 쌓았다. 국내를 방문한 주요 기업인과의 만남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된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은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구글 CEO 래리 페이지와 만났고 한달여 뒤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을 제외한 독일과 영국 등에서 특허 소송을 취하한다.
9월에는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만나 특허분쟁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미국 스포츠용품 업체 언더아머의 케빈 프랭크 CEO,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기업 로슈의 세베린 슈완 CEO,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회장, 조 케저 지멘스 회장, 호주의 광산재벌인 지나 라인하르트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후 무려 8개의 해외 기업을 사들이는 과감한 모습도 보였다. 브라질의 프린팅솔루션 업체 심프레스,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와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 사이드, 발광다이오드(LED) 상업용 디스플레이 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 프린터온 등의 삼성의 미래 비즈니스와 연결된 기업이나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등 방위산업 및 석유화학분야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면서 그룹의 사업구조를 전자와 금융이라는 큰 틀 아래 슬림화했다.
▲ 삼성전자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
이재용 부회장의 능력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로 더욱 부각됐다.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애플의 ‘아이폰6’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기 시작한 것. 전작인 ‘갤럭시S5’의 실패 이후 초심으로 돌아가 만들어낸 갤럭시S6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을 제치고 올해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스마트폰 최고 자리를 애플의 내줬던 삼성전자가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로 다시 왕좌를 탈환했다.
이재용 부화장의 경영능력은 실적으로도 확실히 보여줬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지난해 삼성전자는 2분기 이후 실적이 악화돼 3분기 영업이익이 4조6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5조2900억원을 기록하고 올해 1분기에는 6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은 부정적인 시선의 외신의 반응을 긍정적인 반응으로 돌려놨다. 이건희 회장의 입원 이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 부회장이 다년간 경영 수업을 거쳤지만 그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으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이 삼성그룹 경영 승계 문제가 삼성의 장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개월이 지난 뒤 외신의 반응은 확 바뀌었다. 블룸버그는 “그의 절제된 감각과 친근한 태도, 유창한 언어 능력 등은 삼성의 초점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국제적 제휴 확대로 옮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입원한지 1년. 이건희 회장과는 다른 경영 스타일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에 불었던 불안한 분위기를 긍정으로 바꾸며 ‘이재용 체제’를 확실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