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자체 생산 재생에너지 비중을 부풀린 공기업들이 국정 감사에서 적발됐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일부 공기업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어 이를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미디어펜 DB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약속한 도로공사는 자사 부지를 임차해 태양광 에너지를 만든 회사들의 실적을 자신들의 것인 양 포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도로공사가 직접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운영해 자체 생산한 재생 에너지 비중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0.2%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로공사는 2012년부터 자산 임대 태양광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는 발전 사업자에게 사업 부지를 제공해 사업 시행자가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사업 시행자는 발전 수익을 창출하고 도로공사는 부지사용료를 받는다.
지난 2017년 도로공사는 2025년까지 고속도로 관리·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기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에너지 자립 고속도로' 구축 계획을 밝혔다. 당시 도로공사는 2016년 재생 에너지 생산량이 55.2GWh 수준인데, 2025년 439.8GWh로 7.96배 이상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이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이 55.2GWh에는 도로공사가 직접 설치·운영한 태양광 발전소 발전량 이외에도 '자산 임대 태양광 사업' 발전량까지 포함됐다. 재생 에너지 발전 실적은 발전 사업자의 몫으로 돌아가도록 돼있는데도 도로공사의 에너지 자립 고속도로 달성률로 산입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소작농의 수확량이 마름의 실적으로 잡히는 셈이다.
도로공사의 산정 기준에 따라 달성률을 계산한 경우 2021년 달성률은 23.7%였다. 그러나 실제 도로공사가 설치·운영한 태양광 발전소만 따지면 달성률은 0.2%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달성률이 23.5%나 부풀려진 것이다.
이소영 의원은 "도로공사가 유휴 공간을 태양광 목적으로 임대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장려해야 하는 일이나, 임대료를 받고 공간만 빌려준 사업자에게 재생 에너지 실적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당초 계획을 이룩하려거든 공사가 가진 유휴 공간을 직접 활용해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간을 임대한 발전사업자들과 전력 구매 계약(PPA)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259억 원을 들여 전국 132개 사옥에 한전종합에너지관리시스템(K-BEMS)을 구축했다.
하지만 2018년 9월 배터리 셀 과충전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저장장치(ESS)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ESS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자 한전은 117개 ESS 설비 중 6개소만 가동하고 있다.
엄 의원은 "2014년부터 지하철역 ESS 화재로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터져나오고 있었다"며 "면밀한 안정성 검토 없이 추진된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K-BEMS 민간 보급 사업도 수익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사업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문제점이 지금에서야 터져나오는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은 관할하는 정부 부처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고한 점에 대해서는 문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