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여야의 첨예한 갈등에 불을 붙인건 검찰이지만, 전방위적인 입법 대치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쌀 의무매입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민주당은 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고 나섰다. 이에 맞선 윤석열 대통령은 이튿날 출근길에 "농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시사했다.
양측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정부 재정을 악화시킬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여당에서 공산화법 색깔론을 드러낸다는 반론까지 상당하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3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민주당이 주장하는 입법 중 포퓰리즘으로 재정 파탄을 불러올 내용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라고 말했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8일 당정협의회에서 법 개정안을 정면으로 반대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민주당이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만들려고 양곡을 정치 도구화한다"는 지적까지 나왔을 정도다
10월 2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사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에 법 개정안 대표발의자인 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20일 농해수위 국정감사 자리에서 "양곡관리법을 대표 발의한 사람인데 이걸 공산화법이라고 한다, 그러면 저보고 '공산주의자'란 말인가"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미 검찰의 사정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당사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국감을 보이콧하던 민주당이 20일 국감에 참여하고 나섰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상임위 대부분이 파행됐다.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은 무산되기도 했다.
결국 국정감사 종료 후 정부조직법 개편안 및 정부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정과 야당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21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대 고비는 정부예산안 처리다.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월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오는 25일 국회에서 열리는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강경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협조가 필수적인 가운데, 대통령실은 여야 협상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은 20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양곡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질문을 받자 "아직 거기까진 솔직히 생각하지 않고 있어 국회에서 잘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진복 수석은 "법제사법위원회나 본회의 가기 전에 정리할 시간적인 거리가 있다"며 "갭이 있으면 그걸 조정하는 능력이 있어야 정치가 제대로 된다, 원내대표단에서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수석은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야당 협조가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과거 국회는 이것보다 더 어려웠는데 대화했다"며 "대화하면 양측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진영 대결이 치열해질수록, 검찰 수사에 민주당 반발이 커질수록,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좁아질 전망이다.
서민과 농민, 일반 국민들 민생 법안을 위해 대통령실과 국회가 언제 힘을 합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