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 거부(총파업)로 국내 물류가 마비 상태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수출길이 막힌 무역업계는 막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양새다.
광주 광산구 진곡화물차고지에 주차된 화물차/사진=연합뉴스
5일 한국무역협회에 물류서비스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8시까지 접수된 총파업 관련 애로 접수 건은 48개사 8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3일 19건에서 342.11% 급증했다.
접수 유형별로는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38건, 45.2%) △물류비 증가(23건, 27.4%)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 중단(20건, 23.8%) △공장·항만 반출입 차질 탓 물품 폐기(3건, 3.6%) 등으로 나타났다.
실물 운송에 관한 업종이다 보니 운송 대란의 여파가 곧바로 나타나고 있다.
중장비와 관련 부품을 수출·수입하는 한 업체는 화물연대가 파업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물류 회사를 통해 수입 화물은 선 반출하고 수출 화물은 선 반입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파업 기간 중의 입항·수출 화물은 화물연대 총파업 상황만 주시하며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이 회사는 냉동 컨테이너 반출을 하지 못해 부득히 하게 지체료·창고료를 물고 있다. 수출 화물 선 반입을 진행하자 이에 따른 추가 운송료도 지불했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의료 기기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고 해외 수출하는 또 다른 기업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수입한 물품을 인천항에서 반출하지 못해 보관 기한 초과시 체선료를 물어야 한다. 비 노조원 컨테이너 차량 기사는 평소 대비 2배 넘는 운임을 요구한다는 전언이다.
기아 광명 소하리 공장에서 출고된 수출용 차량이 로드 탁송 방식으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조우현 기자
통상 트레일러에 싣고 가야 하는 자동차 탁송 역시 정상적인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자동차를 계약한 차주들은 출고장에 직접 와서 운전해가는가 하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당 15만 원에 파트 타임 탁송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판이다.
기아는 광명 소하리 공장에서 수출용 자동차 역시 로드 탁송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계 장관 회의를 주재했고, 정부 당국은 지난달 29일 정유·철강 운송업자들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추가 업무 개시 명령도 초읽기에 들어갔다지만 아직 정상화 됐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장기화 될 경우 고객사 지체 보상금 지불·거래선 이탈 등 화주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은 "화물자동차운수법은 1998년에 만들어졌고,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업무 개시 명령을 추가한 해당 법 개정을 추진했다"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인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전 학장은 "현재 경기도 좋지 않아 명분 없는 파업을 벌이는 건 국가적으로 크나큰 손실을 초래한다"며 "부당 파업에는 정부 당국의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