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노동 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흐르게 되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 법에서 일탈하는 행위로 자기네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다 보면 일시적으로는 유리할지는 몰라도 결국은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해치고 양쪽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동개혁 명분으로 내걸은 말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향후 국내의 거대 노동조합부터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정부와 여당은 고위당정협의회를 갖고 노조를 직접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당정이 노동개혁에 대해 입을 모아 말한 것은 투명성, 유연성, 공정성이다.
12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 뒷편 우측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협의회에서 "노조의 재정 운영 투명성을 정부가 과단성 있게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고,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무모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등 친노조 정책으로 강성 귀족노조 덩치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일 당정을 열어 화물자동차 면허제를 근본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보고했다"고 전했을 정도다. 등록제로 돌아갈 경우 화물차주의 협상력이 떨어져, 이번과 같은 화물연대 파업 사태가 재발하기 힘들다.
이뿐 아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의 '민노총 탈퇴' 시도에 대해 "노사관계 모멘텀이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강성 귀족노조로 꼽히는 민주노총의 힘을 빼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당정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이다. 바로 공정성 차원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를 바탕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임금과 근로시간제도 개선 과제는 빠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하고,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파견제도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과제도 사회적 논의를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앞서 정부 위탁으로 노동개혁 과제 발굴을 논의해왔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다. 지난 12일 연구회가 발표한 권고안은 노동유연성을 선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담고 있다.
연장근로의 시간 관리 단위는 현행 1주다. 정규 근무시간(주 40시간)에 연장근로를 주 최대 12시간까지 허용하여, 1주 기준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
일명 '주 52시간제'인데, 연구회의 권고안은 이를 노사 합의 하에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유연하게 정하도록 했다. 또한 기존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꾸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신년 업무보고를 받는다. 집권 2년차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중심으로 국정과제 이행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 복안 밑그림이 더 구체적으로 그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