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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국서 숨통 트였지만... 여전히 버거운 IRA

2023-02-08 15:48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에 숨통이 트였다. 미국 재무부가 상업용 리스차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이어 전기차의 분류기준 개정으로 미국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인 제네시스 GV70 전기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전기차가 국내에서 제조돼 수출되고 있는 만큼 조지아공장의 완공 전까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이에 정부와 현대차는 여전히 미국과의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세액공제 요건인 3년 유예안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속단할 수 없는 상태다.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 주행이미지. /사진=미디어펜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세액공제를 받는 전기차의 권장소비자가격(MSRP) 판단 기준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승용차'로 분류됐던 제네시스의 일렉트리파이드 GV70, 테슬라 모델Y, 포드 머스탱 마하E, 폭스바겐 ID.4, 캐딜락 리릭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분류됐다. 미국수입차협회 소속 중 바뀐 규정을 적용받는 것은 현대차와 폭스바겐 모델 뿐이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중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과 핵심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의 제품을 이용한 경우 최대 7500달러(약 941만 원) 세액공제 혜택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다만 일정 판매가 이하 차량에만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승용차는 5만5000달러(약 6905만 원) 이하, SUV·밴·픽업트럭은 8만 달러(약 1억40만 원) 이하일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이전까지 차량 기준을 분류할 때 환경보호청(EPA)의 기업평균연비제(CAFE) 기준을 적용했다. CAFE에 따르면 1만4000파운드(약 6350kg) 미만, 접이식 플랫 3열시트 유무 등 조건을 충족해야 SUV로 인정받는다. GV70은 도심형 SUV로 분류돼 판매 가격 5만5000달러 이하여야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현대차 미국 생산법인 앨라배마 공장(HMMA)에서 생산되는 GV70의 전기차도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GV70의 출시가격은 6만 달러(약 7530만 원)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미국 재무부가 IRA의 규제를 낮추는 방안이 발표되며, 한국 정부와 현대차의 긴밀한 협업이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수입자동차협회의 업체 대부분이 이번 규제를 벗어나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미국의 현지언론과 각 국의 대사관, 미국 수입자동차협회까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IRA 대응으로 큰 힘을 얻고 있다는 호평이 이어진 바 있다. 

당시 제니퍼 사파비앙(Jennifer Safavian) 미국 수입자동차협회 대표는 "한국 정부가 IRA 이슈에 매우 빠르게 대응했다"며 "한국 정부는 즉시 문제를 부각시키고, 법 개정 필요성 등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사진=미디어펜



이어 그는 "한국의 이 같은 미국 행정부 및 의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미국수입자동차협회와 우리 회원사들에게 매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미국 수입자동차협회는 현대차·기아는 물론 폭스바겐, 도요타, BMW, 혼다, 벤츠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IRA발효 이후에는 협회 및 회원사와 독일, 일본, 한국 등 대사관 관계자들이 수시로 만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 정부의 선제적 활동이 조명받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잦은 출장길에 오르며 적극적으로 현지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전달한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8월부터 정의선 회장은 수차례 미국출장길에 오르며 현지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다. 

나아가 조지아주 현대차 전기차 전용공장 착공식에도 참석해 미국정부관계자들과 IRA에 대한 의견을 교류한 바 있다. 

이후 미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상업용 전기차 범위에 리스 회사가 사업용으로 구매한 전기차를 포함했다. 상업용 전기차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예외적으로 7500달러를 지원받는다. 상업용 친환경 차 범위 확대는 한국 정부와 현대차가 미국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 온 내용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22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5% 미만의 리스 판매 비율을 30%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아 또한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리스 채널 판매 동향을 보면 전기차 판매 목표인 5만8000대를 무리 없이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그룹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은 유럽연합(EU) 등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IRA에 대응했다"라면서 "이러한 노력으로 IRA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미국 정부에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전기차 경쟁력을 완벽히 확보한 것은 아니다. IRA 규제가 현상태를 유지한 다면 현대차중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제외하면 모든 전기차가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만큼 가격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이에 일부에서는 미국 내 투자가 예정된 기업에 친환경차 보조금 제외를 3년 간 유예하는 방안이 통과할 것인 지에 대해 관심이 크다. 철옹성 같았던 IRA규제에 연이어 예외조항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발동된 IRA인 만큼 한국의 모든 의견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차이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정부와 현대차그룹의 협동전략이 이어가야 될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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