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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공공부문 개혁이 재정위기 극복 성패 가른다

2023-03-14 10:49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주요 3국이 노동․공공 부문 구조개혁 성패에 따라 경제 성과에 있어 상반된 결과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었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3개국의 2012년부터 2019년(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경제 및 재정지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적극적인 노동·공공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 개선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탈리아는 정치적 반대 등으로 효과적인 개혁에 실패해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졌다.

서울 남산에서 도심 일대 주요 기업체 건물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스페인은 2012년 7월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유연안정성, 즉 정규직과 임시직의 적절한 균형 유지를 위한 노동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포르투갈은 2012년 6월 개별 해고 사유를 인정하는 등 기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노동개혁을 단행했다. 양국 모두 해고규제 완화, 근로조건 수정 자율화 등 노동유연성을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정책을 내놨다.

이에비해 이탈리아는 2012년 몬티, 2015년 렌치 총리가 두 차례 개혁을 시행했지만, 정규직 보호에 대한 근본적 수정보다는 해고 절차 재정비와 비정규직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 또 2015년의 법안이 이전 고용계약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고용 시스템이 이원화되는 비효율성도 발생했다.

이 결과 약 10년 뒤 노동유연성 지표, 실업률, 고용률에서 스페인, 포르투갈은 뚜렷한 성과를 나타으나 이탈리아는 답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프레이저 연구소에 발표한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를 보면, 2011년에서 2020년 사이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0.8점 이상 증가한 반면, 이탈리아는 오히려 0.19점 감소했다.

OECD 노동경직지수를 보면, 포르투갈은 2011년 노동경직지수(0점에 가까울수록 경직도 낮음)가 2011년 4.13점으로 1위를 기록했으나, 노동개혁을 통해 경직된 정규직 보호법을 효과적으로 완화해 2019년 3.14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큰 폭(0.99)으로 감소했다.

실업률도 이탈리아는 10.9%(2012년)→9.9%(2019년)로 감소폭이 1%포인트에 그쳤으나, 같은 기간 스페인은 24.8%→14.1%, 포르투갈은 16.6%→6.7%로 양국 모두 약 10%포인트 감소했다. 고용률은 2012년 3국 각각 55.8%(스페인), 56.1%(이탈리아), 59.3%(포루투갈)로 비슷했으나, 2019년 이탈리아는 59.1%로 소폭 상승했으나 스페인은 63.3%, 포르투갈은 69.9%로 대폭 상승했다.

국가부채, 정부 재정적자 문제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 개혁과 긴축재정을 추진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반면 이탈리아는 정치적 반대로 10여년 간 공공개혁 정책이 가로막혔다.

2010~2017년 집권한 스페인의 라호이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긴축재정 정책을 시행했다. 공공투자 14% 축소, 지방정부 재정 건전화, 공무원 임금 5% 삭감, 연금동결 및 정년 연장, 출산장려금 폐지 등 공공부문 지출 억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포르투갈은 2016년에 국가개혁 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국영기업 부채 상한제 적용 △에너지 국영기업(EDP, REN) 등 국영기업 일부 민영화 △우편·통신·운송 분야 민영화가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몬티 전총리는 2012년 고강도 경제개혁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집권한 총리들도 모두 긴축재정, 공공 개혁에 실패했다. 이 결과 공공부문 개혁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정부지출 비율을 빠르게 감축했지만, 이탈리아는 뚜렷한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재정위기 이후 3국의 GDP 대비 정부지출 비율을 살펴보면, 2012년 당시에는 3국이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7년간 약 7%포인트 가량 빠르게 감축한 데에 비해, 이탈리아는 약 2%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경우 3국 모두 재정위기 여파로 2014년까지 증가했으나, 스페인, 포르투갈은 이후 공공부문 개혁으로 꾸준히 감축한 반면, 이탈리아는 150%를 상회하는 높은 수치를 지속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012년 노동 및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이후 만 3년이 지나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2015년부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까지 약 2~3%씩 꾸준히 성장했다. 스페인은 특히 2015~2017년 평균 3%대의 성장을 기록해,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남유럽 3개국 중 가장 빨리 경제회복에 성공했다. 포르투갈 역시 2017년 3.5% 성장하고, 2018~2019년에도 2% 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2012년 스페인, 포르투갈과 비슷한 성장률로 시작했지만, 동기간 0~1%대의 성장에 그쳤다.

우리 정부가 올해를 개혁의 원년으로 선포한 가운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한국 경제 체질 개선의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인플레이션, 무역적자로 인한 경기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노동개혁과 공공부문 개혁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험은 긴축재정과 구조개혁을 통해 위기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뤄낸 사례인 만큼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이탈리아의 케이스는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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