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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태도에 달린 ‘물컵 반잔’ 채우기, 징용 해법 완성될까

2023-03-16 17:16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지난 6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발표한 이후 열흘만인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이 만난다. 12년 만에 한일 양자회담을 위한 한국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된 것으로 특히 ‘징용 해법’을 완성하는 과제가 있다.

앞서 정부는 2018년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우리측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이 해법 발표 이후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의 조성금으로 대법원에서 승소한 원고(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결정해 밝히면서 일본에 대해 ‘포괄적 사죄와 자발적 기여’를 촉구했다. 당시 발표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우리정부가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나머지 물컵의 반잔이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일을 앞두고 진행한 일본언론과 인터뷰에서 ‘징용 해법’에 대해 “대국적 차원의 결단”이라며 “일본도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흔들림없이 계승하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나가자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에 걸맞은 행동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는 “일본의 피고기업이 양국의 경제계 단체가 설립을 논의 중인 미래청년기금(가칭)에 적극 관여하는 것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하지 않는다. 다만 양 정상이 소인수회담, 확대회담을 진행한 이후 한일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사실 한국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가 한일 합의 내용이 아닌데다 이 발표 이후 정상회담이 추진됐다면 공동선언을 만들기엔 촉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포괄적 사죄’에 해당하는 역대 일본내각의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 및 사과가 어떤 수위로 표명될지 주목된다. 앞서 우리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 당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과거 담화를 언급했지만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야시 외무상은 6일 약식 기자회견을 열어 “1998년 10월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3./사진=대통령실


하지만 이후 사흘만인 9일 하야시 외무상의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그는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출석해 “강제동원은 없었다”며 사실상 일제 강제징용을 부정했으며, ‘(사죄와 관련해) 새로운 발표는 하지 않는 것으로 봐도 좋은가’라는 질문에 “지금 말씀하신 대로”라고 했다. 

지금 정부가 일본에 기대하는 ‘포괄적 사죄와 자발적 기여’ 중 ‘포괄적 사죄’ 부분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한일 정상이 가질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밝힐 사죄 발언 유무 및 그 발언의 수위에 달린 셈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 가운데 특히 이번 정부 해법을 거부하는 생존자들은 배상금보다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를 더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16일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추심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일 정부 모두 우려하던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2018년 대법원 판결 원고인 양금덕(94) 씨와 고인이 된 다른 피해자 1명의 유족 6명이다.  

일본측의 ‘자발적 기여’는 16일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은 이날 오후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기금을 통해 한일 양국간 협력 방안에 대한 연구, 공통과제의 해결을 위한 사업 실시, 미래를 담당할 젊은 인재교류 촉진 등 양국간 경제관계를 한층 더 확대하고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8년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2019년 일본이 한국기업에 대해 단행한 수출규제 조치도 이날 해제 수순을 밟았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 해제를 발표했으며, 한국정부는 일본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나아가 한일 정부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 배제 조치에 대해서도 조속한 원상회복을 긴밀히 논의해나가기로 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밝혔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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