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건설현장이 시멘트 수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멈춰서고 있다. 아직 대형 현장까지는 여파가 미치지 않은 가운데 중소형 현장 위주로 수급 불안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정상화 시기가 묘연한 가운데 건설업계는 장기화 시 예상되는 영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수도권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시멘트 수급 불안에 따른 레미콘 공급 차질이 심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4일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건설현장에서는 시멘트 수급 불안에 따른 레미콘 공급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
협회 조사 결과 3월 이후 시멘트·레미콘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지연된 현장은 전체의 63.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협회 관계자는 “레미콘이 관급자재로 공급되는 공공공사의 경우 단가조정이 불가능해 42개 조사현장 중 4개 현장만 정상 공급되는 실정”이라며 “시멘트 공급 부족으로 주거래 레미콘사의 정상 공급이 불가해 타 레미콘사에 추가 주문해도 1일 타설 물량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급 불안이 발생한 이유는 시멘트업계 설비보수 일정이 중첩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멘트 제조업체가 생산설비인 킬른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맞춰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기 시작하면서 생산량이 줄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시멘트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으며, 성수기인 6~7월 최대 42%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원자재 공급 차질로 시멘트 재고 부족 및 레미콘 품질강화로 인해 시멘트 수요가 증가해 수급불안이 지속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멘트 수급 불안으로 인한 현장 영향은 대형 현장까지는 미치지 않은 가운데 중소형 현장 위주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대형사의 경우 공정관리를 통해 연간 단위로 계약이 이뤄져 일정 수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업체의 경우 이 같은 수급 불안 사태 발생 시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시멘트업계 설비보수가 진행되면서 2월까지는 보유 재고를 통해 물량을 소화했으나 3월부터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 것”이라며 “시멘트업계 측은 ‘6~7월이면 생산량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하는데 확신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현장에서 공사 지연·중단 등 구체적인 영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업계 현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협회는 시멘트 공급 부족에 따른 공사 중단 등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시멘트업계의 설비보수·개조 일정 조정 및 적정생산 등 시멘트 수급 안정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건의한 상태다.
다만 정부는 시멘트 수급 불안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며 시멘트 전체 생산량과 재고량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국시멘트협회 등을 통해 시멘트 수급동향을 점검한 결과 최근 1~3월 동안 시멘트 수요는 1043만톤으로 전년 대비 5.7%가 증가했다”며 “다만 같은 기간 시멘트 생산량도 1051만톤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해 시멘트 수요를 상회하고 재고량 또한 65만톤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부처 및 협회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시멘트·레미콘 등 주요 건설자재 수급동향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