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달 중순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정상간 교류를 재개한지, 한일 셔틀외교가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지난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방한 후 12년 만이다.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당시에는 열리지 않았던 한일 셔틀외교의 복원 자체가 한일 관계의 회복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일 셔틀외교의 재개라는 형식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 2일 대통령실과 일본 외무성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 소식을 동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번 방한은 '실무 방문' 형식이다. 또한 기시다 유코 여사도 동행한다.
특히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당초 빨라야 7월에나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중론이었으나, 한미일 3국간 전략적 공조가 가속화되면서 시기가 앞당겨져 기시다 총리가 조기 답방으로 화답한 형국이 됐다. 바야흐로 양국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또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연내 일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의제를 미리 정해 의견을 폭넓게 교환하는 정례 회담으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 양국간 경제 갈등이 불거진 2016년 8월 이후 열리지 않았다.
한일 관계가 다시 회복되면서, 이 한일 재무장관회의도 복원한 것이다. 앞으로의 한일 경제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에서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가지로 꼽힌다. 한일 양 정상이 이와 관련해 어떤 성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회담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한국정부의 징용 해법에 대한 일본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다. '반일 감정'에 치우쳐 있는 한국 일부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정부의 직접적인 호응 조치가 확인될지 주목된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6일 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징용 해법에 따른 일본측의 추가 호응 조치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자 "양국이 공조해서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며 "셔틀외교도 재개할 것을 확인했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정부간 의사소통을 강화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도 윤 대통령과 개인적 신뢰관계를 확인하고 긴밀히 소통을 도모하고자 한다"며 "구체적인 결과를 일본으로서도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일본 교도통신이 2일 "기시다 총리가 회담에서 역사인식을 둘러싼 역대 일본 내각의 자세를 계승한다는 견해를 표명할 것"이라면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다는 전망을 내놓는 등, 일본측 호응 조치에 대해 섣부른 기대를 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두번째 관전 포인트는 대북 공조다. 일본 NHK방송은 최근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협력 강화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에 맞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주변에서의 한일 군사정보협력에 대해 심도있게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에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방한 전반에 대해 협의하는데,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 의제 조율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세번째 관전 포인트는 경제 협력 심화다. 지난달 28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복원하기로 한 것에 대한 정상간 평가와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 정상은 다양한 경제 소통채널 복원에 이어 공급망 협력 등 경제 세부 분야의 확대 기조를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일본에 다녀온지 52일 만에 한국을 찾는다. 7일 방한한 기시다 총리와 이를 맞이할 윤 대통령의 발언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