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기차(EV)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2차 전지(배터리)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업체 중 전기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다. 이에 정 회장은 배터리 개발 역량을 키워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배터리 업계에 대한 대응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분기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판매 점유율 3위에 해당한다. 1위는 테슬라이며, 2위는 폭스바겐그룹(폭스바겐‧아우디‧스코다 등)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지난 1월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지면서 3위로 순위가 다소 하락했지만 향후 IRA에 대상에 지정되면 다시 2위에 오를 수 있다.
완성차 업체 중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현대차로서는 배터리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개발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개발을 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해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세계 3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 선두 업체가 된다는 목표로 총 24조원을 투자하고, SK온과 50억 달러(약 6조5000억 원)를 공동 투자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도 이달 미국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추가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IRA에 공동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양사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지을 예정이다.
지난 11일 발표한 인도 자동차 시장 투자 방안 역시 배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타밀나두주와 올해부터 10년 간 2000억 루피(약 3조2400억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차는 이곳에 첨단 시설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공장을 지어 연간 17만8000개의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대차그룹 자체 공장으로, 시장 전망이 밝은 인도 전기차 판매를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상용화의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로 완전 전환의 중간 단계로 하이브리드 차량 성능 향상에도 적극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는 최근 순수 자체 기술로 하이브리드 자동차(HEV)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 배터리는 내년 출시할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배터리는 10암페어(Ah)급 고성능 하이니켈 리튬이온 배터리로, 니켈·코발트·망간(NCM)계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 용량을 확대하고 차량 설계 기술을 더해 안정성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용 배터리 자체개발이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완성차 중에서도 배터리 내재화에 가장 의욕적인 곳"이라며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전기차 분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터리 연구 개발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