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업계 최저연봉으로 불리는 한화오션이 사무직 직원연봉을 평균 1000만 원 올리며, 조선업계의 본격적인 인력쟁탈전이 예고됐다.
열악했던 근로여건을 업계 평균수준으로 상향하고 인재영입을 위한 만반의 준비태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업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 있는 현재, 한정된 인력 안에서 충원을 해야되는 실정이어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되고 있다.
(왼쪽부터)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각사 제공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사무직 직원 연봉을 종전 대비 평균 1000만 원 올리는 개편된 급여 기준을 공식 통보했다. 한화오션은 앞서 인사제도 설명회를 열어 직원들에게 급여 인상 규모 등을 미리 알린 바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8472만 원, 삼성중공업은 8400만 원이었지만 한화오션은 7300만 원으로 약 1000만 원 가량 낮았다. 이는 한화오션이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 직원들의 사기르 높이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생산, 연구개발, 설계 등 전 직무에 걸쳐 연말까지 인원 제한 없이 상시 채용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선 업계의 충원은 국내조선 빅3로 꼽히는 회사 전체의 모습이다.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조 단위 손실이 불거지고, 발주 시장까지 얼어붙자 정부가 나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조선소마다 감원 칼바람이 불었고, 경영진은 상여금을 깎고 임금을 동결시켰다.
여기에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잔업과 특근까지 줄면서, 2015년 대비 최저임금은 64.2% 올랐지만 조선 노동자 실질임금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이에 조선업계에서 종사하는 이들은 새로운 일터를 찾아 떠났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조선업을 선호하는 인재들이 감소했고 전공을 했어도 조선소에 취업하는 인구는 3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각 업체들은 근로처우를 개선하며 떠났던 인재들의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인력이탈을 보였던 것은 한화오션이었다. 한화그룹으로 재편되기 전인 지난해에만 고급인력이 400여 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한화오션은 근로여건 개선에 나섰다. 나아가 무제한 인력채용에 나선 한화오션이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의 기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본격적인 조선업계의 인력쟁탈전의 시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이 근로여건까지 업계 평균으로 맞추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재 한화오션을 비롯해 HD현대와 삼성중공업까지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빅3 회사가 인력확보에 나섰다.
HD현대그룹의 11개 계열사는 오는 24일까지 하반기 경력사원을 모집한다. 조선업을 담당하는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들도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섰다.
회사마다 모집 대상은 다르지만 조선업 심장인 설계, 생산 외에 재무, 제조 등 다양한 분야서 미래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상반기 신입·인턴 채용을 실시했다. 모집 분야는 △설계기술 △생산공정관리 △해외 영업 △경영지원직 등이다. 이 외에도 해양 설계 엔지니어 채용과 조선해양직 부문에서 한차례 채용을 진행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인재영입에 노력하고 있는 것은 최근 이어진 수주호황에 이미 3년 치 이상의 물량을 확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각한 인력난에 건조 차질 우려를 낳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설계도면을 그릴 사람도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극심한 상태다.
그럼에도 쉽게 인력난이 해결 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앞서 있었던 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언제 재현될지 모르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떠났던 인력들도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대학과 함께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들도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는 HD한국조선해양이다. 이들은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대규모 채용연계형 인턴을 모집하는 등의 방법을 진행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부산대와 함께 진문기술인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사들의 업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근로여건 개선은 새로운 인력보충의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