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알려진 LNG선의 발주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선주사들의 대응으로만 알려졌던 LNG선 발주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LNG를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 된 것이 한 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런 발주의 증가는 LNG선의 선가 상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와 클락슨(Clarkson)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LNG선 발주량은 30척(540만㎥)으로 집계됐다. 선박 발주에 투자된 자금은 77억 달러 규모다. 올해 발주량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하지만 선사들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발주는 지속되고 있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HD현대가 건조한 LNG운반선, 한화오션의 축발전기와 공기윤활시스템이 적용된 LNG운반선, 한화오션이 건조해 카타르에 인도한 초대형LNG운반선. /사진=각 사 제공
지난해의 경우 184척의 LNG선이 발주됐다. 올해 상반기까지 포함할 경우 총 발주량은 214척의 LNG선이 발주됐다. 금액으로는 470억 달러의 자금이 투자됐다. 투자된 자금 기준으로 LNG선이 글로벌 선박 발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한다.
같은 기간 17만4000㎥급 LNG선의 시장가격은 2억1100만 달러에서 2억6100만 달러로 5000만 달러나 높아졌다. 현재 글로벌 LNG선 수주잔량은 331척(5560만㎥)으로 운송량 기준 글로벌 선단(725척, 1억860만㎥)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늘어난 발주량으로 수주가 어려운 현실이다. 현시점 LNG선을 발주하더라도 2027년 하반기에나 인도가 가능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LNG선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28척을 수주한 조선 '빅3(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견조한 시장 수요에 힘입어 하반기에 더 많은 선박을 수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빅3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척 이상의 LNG선이 발주된 가운데 조선 빅3는 글로벌 발주량의 77%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18척, 삼성중공업 6척, 한화오션은 4척의 수주를 따냈다.
글로벌 수주잔량에서 조선 빅3가 차지하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104척(HD현대중공업 56척, 현대삼호중공업 47척, 현대미포조선 1척)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87척, 한화오션은 64척 등 총 255척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 빅3가 글로벌 수주잔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달한다. 하반기에도 LNG선 시장에서 조선빅3의 수주행보는 이어질 전망이다.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연말까지 약 40척 규모의 LNG선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중공업 16척, 한화오션 12척, HD한국조선해양은 10척의 선표를 비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발주가 이뤄진다면 카타르에너지 프로젝트 수주만으로 상반기 수주량을 넘어서게 된다.
시장 상황도 견조한 모습이다. 지난달 말 16만 ㎥급 이중연료 추진 LNG선의 1년 정기용선 운임은 일일 12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최근 1년 간 운임 수준도 10만 달러를 웃도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LNG 관련 프로젝트도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4개의 LNG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이 이뤄졌다. 이들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연간 LNG는 4000만 톤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으며 내년까지 추가적인 FID가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LNG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LNG선 시장이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분석한 해운·조선업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LNG선 해운시장은 글로벌 LNG 수요 증가에 힘입어 양호한 시황이 유지될 전망이다.
유럽의 러시아산 수입물량이 기존 파이프라인가스(PNG)에서 LNG로 전환되는 등 LNG 운송수요가 급증하고, 시장 규모가 이미 크게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최근 미국의 2023년 LNG수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12.1%로 예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만 12척의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용선이 이뤄졌다"며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글로벌 LNG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운임이 상승하고 관련 설비에 대한 투자 확대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170.9로 전년 동월 대비 5.8% 상승한 바 있다. 신조선가 지수는 조선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 1998년 전 세계 선박 건조 평균 가격을 100으로 설정하며, 수치가 높아질수록 선박 건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현재 신조선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008년 8월 191.5의 89%까지 따라잡은 수준이다. 조선업계는 하반기 발주량이 감소하고 해운 시황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신조선가는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