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경험한 정유사들이 4분기에는 업황이 한 풀 꺾을 것으로 예상돼 횡재세 논의가 힘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유사가 불황을 겪다가 한 두 분기 호황을 누릴 때마다 야당이 횡재세 징수를 주장하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를 정점으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은 모두 하락세다. 지난 9월 배럴당 90달러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7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지난 16일 배럴당 72.9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7일 소폭 반등, 75.89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또한 16일 기준 77.42달러로 급락했다가 17일 소폭 상승한 80.61달러를 기록했다.
정유업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11월 셋째 주 평균 정제마진은 10.6달러를 기록했다. 9월 평균 복합 정제마진이 16.9달러, 10월 14.9달러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 셈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비 등을 제외한 마진을 뜻한다.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삼는데, 4~5달러 대로 떨어지면 정유사들은 벌어들이는 수익이 없어 시간과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 상태로 돌입한다.
현재도 손익분기점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지만 3분기 수준의 특수가 4분기에 재현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은 셈이다.
정유사들은 이처럼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3분기만 보면 매번 정유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지만 1년으로 따지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일반 제조업종보다 수익률이 떨어진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정유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올해 3·4분기까지 정유부문 누적 영업이익률은 2.8%로 확인됐다.
최근 15년치 수익성은 더 낮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 3·4분기까지 정유사들의 정유부문 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8%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 기간(2007~2022년) 국내 전통 제조업이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평균 6.5%로 정유사들의 3배가 넘는다.
4분기에 지난 3분기처럼 실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횡재세 논의는 또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제기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도 횡재세 도입을 강력 주장한 뒤 일주일이 흐르는 동안 별다른 공론화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이는 지난해 특정 시기에 정제마진이 배럴당 29달러까지 치솟자 횡재세 도입 주장이 퍼지다가 올해 초 정제마진이 다시 2달러까지 추락하지 논의가 종적을 감춘 것과 같은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야당의 횡재세 도입 주장도 4분기 정유사 실적이 하락하면 수그러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은 실적 등락을 반복해 특정 시점의 호실적만 가지고 수익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