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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론 내세운 이복현 "태영건설, 강도 높은 자구계획 제시해야"

2024-01-09 11:06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위기를 비롯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자기책임 원칙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연초 신년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내비쳤던 이 원장은 태영 대주주가 워크아웃 중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태영건설 등 부동산PF 위기에 대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자기책임 원칙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은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이 원장 주재로 국내 7개 금융지주사(KB·신한·농협·우리·하나·한국투자·메리츠금융) 회장단,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성태 기업은행장과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제 신년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이 수반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자기책임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워크아웃은 채무자와 채권단이 중심이 되어 상호 신뢰와 양보를 바탕으로 합의해 나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 기업에 대한 금융채권을 유예해 유동성 여유를 주고, 채무자는 상거래채무와 같은 비금융채무 상환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부담하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주주가 워크아웃 중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지원하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시각이다.

또 "채무자와 대주주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워크아웃 추진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는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며 "(당국과 채권단의) 이러한 요청을 주주 유한책임 원칙이나 시장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채권단도 채무자 측의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기업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채무자의 직접 채무 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왼쪽부터)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아울러 이 원장은 취약기업이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채권금융사가 선제적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향후 1~2년 내에 다시 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이 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근거로 예상되는 손실인식을 지연하고 구조조정을 미루기만 하는 금융회사가 있다면, 감독당국에서는 이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각 업권별로 현재의 충당금 적립 수준과 향후 예상손실 규모 등을 감안해 충분한 수준의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지고, 신속하게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이번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채권단이 부동산 PF사업장을 종합 점검해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을 신속히 정리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문제는 시스템리스크 발생 등의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많지만, 그 정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며 "PF대주단은 보다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신속하게 사업장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태영그룹의 자구안에 대해 "지금 상태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진정성 있는 추가안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사진=산업은행 제공



한편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PF 부실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그룹의 자구안에 SBS 지분을 담보로 하는 방안도 포함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태영그룹의 자구안에 대해 "지금 상태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진정성 있는 추가안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 SBS 지분 담보가 추가 자구안에 포함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정말 진정성 있는 자구안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오는 11일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진행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협의회를 통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11시께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위한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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