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약 3년 넘게 끌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출범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제일 큰 고비였던 EU 집행위원회(EC)의 승인이 마무리되면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은 비교적 수월하게 얻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다음 달 14일 이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발표할 방침이다. 이르면 이달 중 공식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EC는 양 사의 합병에 따른 유럽 화물 노선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시장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과 바르셀로나·로마·프랑크푸르트·파리 등 4개 도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공항 이착륙 허용 횟수) 반납을 골자로 하는 시정조치안을 EU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EC가 우려한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시정조치안'을 제출한 만큼 EC가 조건부로 승인을 허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에어버스 A321neo./사진=대한항공 제공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여객 운수권 일부와 화물 사업에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뛰어들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 회물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고, 티웨이항공이 매각 예정된 유럽 4개 노선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조치안에 포함된 유럽 4개 노선 운수권은 티웨이항공이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C는 티웨이항공으로부터 제공받은 유럽 노선 취항 능력 등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티웨이항공이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근무할 지상직 직원을 현지에서 채용 중인 것도 EC의 조건부 승인에 따른 유럽 4개 노선에 취항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LCC 4곳이 거론되고 있다. 4곳 모두 인수 의향서(LOI)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심사 문턱을 넘어서면 양 사 합병까지는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만이 남게 된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11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이며, 남은 국가 중 하나라도 승인 허가를 하지 않으면 합병은 최종 무산된다.
업계에서는 EU가 양사의 합병을 승인하면 미국과 일본 당국의 심사도 수월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법무부(DOJ)에 합병 승인을 요청하기 위해 대체 항공사로 에어프레미아를 내세워 조종사와 기체 등을 넘기는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경쟁당국 심사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을 반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무난하게 합병 승인을 얻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EU의 요구사항을 사실상 모두 들어줬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올해 물리적인 결합이 이뤄져도 인력과 장비 등을 통합하는 화학적 결합에는 예상보다 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