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실외기실 문제 등 부실시공 논란을 빚었던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오피스텔 소유주 및 입주민들이 우여곡절 끝에 입주했다. 하지만 '하자의 늪'에 빠졌다. 각종 하자와 잘못된 설계로 인한 불편사항은 여전하다. 시공사인 쌍용건설을 비롯해 승인 주체인 중구청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 로또인 줄 알았던 오피스텔은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부실시공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편집자주]
['하자 병동'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上] 부실시공 논란 결국 '마피'로…소유주 피눈물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오피스텔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미디어펜=김준희 기자]"결국 시공사인 쌍용건설과 시행사만 이익을 챙긴 꼴입니다. 수분양자들이나 입주자들은 평생 이 피해를 안고 가야 하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함박눈이 쏟아진 지난 19일. 서울 중구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오피스텔 인근에서 만난 입주민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입주 지연 및 공유 실외기실 등 논란이 발생한 지 반년가량 지났지만 입주민들의 분노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A씨가 이처럼 분을 삭이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의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현재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의 매물 호가는 전용면적 17㎡(TD) 기준 최저 2억5000만 원대다. 최초 분양가 2억8849만 원(최고가 기준) 대비 3000만 원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다른 매물들 또한 2억6000만~2억7000만 원대로 분양가 대비 300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매매가격이 형성돼 있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B씨는 "실제로 마피 3000만 원에 거래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역 역세권 입지에 보기 드문 신축 오피스텔임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집값 추세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은 글로벌세아 그룹(회장 김웅기) 계열사인 쌍용건설이 시공한 오피스텔이다. 지난 2020년 2월 청약에 나섰던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은 576실 모집에 청약통장 2388개가 몰리며 최고 경쟁률 91대 1을 기록하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계약 시작 일주일도 안 돼 '완판(완전 판매)'도 기록했다.
청약 당첨과 함께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입주민들의 악몽은 입주가 지연되면서 시작됐다. 당초 지난해 4월 입주예정이었던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은 공사가 지연되며 입주가 3개월가량 미뤄졌다.
입주가 미뤄진 탓에 하자 등을 미리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는 사전점검 기간도 촉박해졌다. 당시 쌍용건설 측은 화물연대 파업 및 원자재 수급난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여기에 사전점검 과정에서 2개 호실이 실외기실을 공유하도록 설계·시공된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실외기실을 통해 바로 옆 호실을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사생활 침해 및 보안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연됐던 입주는 사용승인 기한이었던 지난해 7월 28일 늦은 저녁에서야 간신히 승인받으면서 가능해졌다. 입주자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던 공유 실외기실은 기존 출입문 안쪽에 아연강판으로 제작한 잠금장치를 추가 시공하는 것으로 조치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실외기실이) 문제가 되면서 시행사와 협의를 통해 보조로 양쪽을 철판으로 막아 통행이나 보안·시선 차단 등 문제를 해결했다"며 "수분양자들과 사전에 협의를 거쳐서 조치를 취했고 현재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오피스텔 출입구./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닫는 건 수동' 반쪽짜리 루버창…하자 보수도 원가절감?
그러나 입주자들의 불편함은 반년가량 지난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형상기억합금이 적용된 실외기실 루버창이 높은 온도에만 반응하는 제품으로 설치돼 최근 동파 사고로 인한 입주민 피해가 커진 것이다.
A씨는 "당초 시공사로부터 높은 온도와 낮은 온도 모두 반응해 자동으로 개폐가 가능한 제품으로 안내를 받았으나 실제로는 특정 온도 이상 상승 시 열리는 것만 자동이고, 닫는 것은 수동으로 해야 하는 제품이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수동 개폐 장치는 위치상 양쪽 호실 중 한쪽 호실만 조작할 수 있게 돼 있다. 옆집에 사람이 없거나 장기간 집을 비웠을 경우 루버창 조작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실제 최근 동파 사고 또한 옆집이 비어있어 수동 개폐 장치를 조작하지 못해 아래층 입주민들까지 피해가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온도가 높든 낮든 자동으로 개폐가 가능해야지 높은 온도에만 반응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실외기실 이중 잠금장치로 인해 가뜩이나 실외기나 배관 등 정비가 어려운데 루버창까지 반쪽짜리라니 답답한 마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쌍용건설 관계자는 "시행사 및 관리사무소와 협의를 통해 사전에 일정을 고지하고 입주자들이 방문 가능한 시간을 신청하도록 해 루버창을 닫고 있다"며 "문제가 된 호실은 아직 입주하지 않아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동 개폐가 가능한 루버창의 경우 전원을 연결해야 해 전기료 부담 주체가 불명확하고 안전상 문제도 있어 저희가 설치하기에는 어렵다고 봤다"며 "현재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원하는 호실에 한해 자동 개폐가 가능한 루버창 설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입주민들은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반쪽짜리 루버창으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쌍용건설이 시공비용 절감을 위해 저렴한 제품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한 소유주는 "실외기실을 공용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도 떨떠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불편함까지 있다고 하면 어느 세입자가 여기서 거주하려고 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생활 침해 문제가 집값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입주민 C씨는 "잠금장치를 보완했다고 하지만 옆집에서 마음만 먹으면 우리 집 소음을 도청할 수 있는데 어느 누가 안심하고 살 수 있겠냐"며 "서울 한복판 역세권 입지의 신축 오피스텔 가격이 내려가고, 마피까지 나오고 있는 것 자체가 하자의 심각성을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