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창립 86주년을 맞은 삼성이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후 두 번째 맞는 기념일이지만 별도의 메시지는 없을 예정이다. 다만 삼성은 반도체 사업이 50주년을 맞은 올해를 기점으로 반등을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창립기념일은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가 세워진 3월 1일이지만, 지난 1987년 3월 22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총수 자리에 오르면서 ‘제2의 창업’을 선언했고 창립기념일이 이날로 바뀌었다.
창립 86주년을 맞은 삼성이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후 두 번째 맞는 기념일이지만 별도의 메시지는 없을 예정이다. /사진=미디어펜
그러나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3월 22일은 삼성물산 설립일로 의미가 바뀌었다. 대신 삼성전자는 매년 11월 1일 수원사업장에서 대표이사 등 임직원이 모여 창립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역시 별도의 행사 없이 보내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날에 대한 의미를 달리하고 있다. 1938년 3월 1일은 이병철 창업 회장이 당시 자본금 3만 원으로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삼성상회 설립 후 1953년 제일제당, 1954년에는 제일모직을 설립한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기존 사업이 자리 잡은 것에 안주하지 않고 1960년대에는 금융, 1970년대 중화학, 1980년대 전자 등으로 사업을 늘리며 한국 경제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이후 1987년 총수 자리에 오른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으로 또 한번 도약을 거듭한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국내 기업이었던 삼성을 글로벌 반열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 타계 후 지난 2022년 회장 자리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이 쌓아놓은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수성하며 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현재 이 회장 앞에는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던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확보와, 멈춰있던 대형 인수합병(M&A) 등의 과제가 놓여있다. 지난 5년간 ‘사법리스크’로 경영 활동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 복병이 된 셈이다.
그 사이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매출 1위를 자랑하던 삼성전자는 잠시 TSMC와 인텔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여기에다 생성형 AI(인공지능)가 태동하면서 시장은 또 새 국면을 맞이하게 돼 삼성 역시 이에 걸맞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난 2016년 글로벌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대형 M&A가 없는 점도 주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일 주주총회 자리에서 “M&A 관련해서 많은 진척이 있다”며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무엇보다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점이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M&A나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 등 중차대한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는 우려다.
점점 세가 불어나고 있는 노조 문제 또한 새로운 위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20년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끝내겠다고 선언함과 동시에 우후죽순 생겨난 노조는 처음에는 미약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삼성전자의 대표 노조인 전삼노(4노조)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합원 수가 1만 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 12일 기준 조합원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며 약 3개월 만에 2배 성장했다. 이는 전체 직원의 16% 수준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주총을 계기로 “2024년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지 50년이 되는 해로,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해’가 될 것”이라며,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창립기념일을 맞아 이 회장의 별도 메시지는 없었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 같은 선언이 이 회장의 메시지를 갈음한다고 보고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