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금융당국이 지난 2일 공개한 기업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두고 시장이 실망감을 내비쳤다. 세제 지원 등 구체적 인센티브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채 기업 자율에 초점을 맞춘 까닭이다. 이날 증시는 하락 마감하며 시장의 실망감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밸류업 기대감으로 상승폭이 컸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2일 공개한 기업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두고 시장이 실망감을 내비쳤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0.31% 하락한 2683.65로 장을 끝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0.17% 하락한 867.48로 마감했다.
저 PBR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저PBR주 은행과 보험, 증권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금융지주 대장주인 KB금융은 전 거래일보다 3300원(4.37%) 내린 7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신한지주(-1.82%), 하나금융지주(-2.90%), 우리금융지주(-1.76%)도 모두 떨어졌다.
이날 하락세는 기관들이 저PBR주를 대거 팔아치운 영향이 컸다.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실망감에 기관은 코스피에서만 142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방 압력을 키웠다.
특히 기관은 저PBR주의 대표로 꼽히던 기아를 19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가장 많이 팔아 치웠다. 신한지주(140억원), 하나금융지주(90억원), KB금융(70억원)도 내다 팔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PBR주의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대신 기업의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 까닭에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실제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상장 기업이 개별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목표나 계획을 달성하지 못해도 불성실 공시 제재 등과 관련한 면책 제도도 마련된다. 목표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정정 공시를 통해 목표 수정도 가능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 간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저PBR주들의 단기 변동성 확대, 박스권 등락에서 하단 지지력 테스트는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책이 시장,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정책이 사라지거나 소멸된 것은 아니다”면서 “시장의 기대보다 느릴 수 있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간을 두고 구체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다시 반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