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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재건축 수주전…'선택과 집중' 전략

2024-05-09 16:19 | 조성준 기자 | abc@mediapen.com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건설사들이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수의계약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내려가면서 면밀한 분석 하에 선택한 정비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5단지./사진=연합뉴스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 있어서 기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사례가 늘어나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책임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대우건설이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수의계약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 신반포16차 재건축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신반포16차는 최고 35층, 4개 동, 468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한강 변 알짜 단지로 평가된다. 조합 측은 재건축 공사비를 3.3㎡당 944만 원으로 책정했다.

대우건설은 올 여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에도 수의계약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합 측에서는 규모가 큰 재건축 사업인 만큼 여전히 입찰 경쟁을 통한 시공사 선정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우건설 외에 다른 건설사가 입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은 최고 35층·14개동·1279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 공사비가 7000억원을 넘는 강남권 핵심 재건축으로 꼽힌다. 수인분당선 개포동역이 지나가는 초역세권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개포주공5단지는 지난해 10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고 현재 시공사를 선정 중이다. 1차에서 유찰된 뒤 오는 20일 재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대우건설의 단독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1호 재건축인 공작아파트 재건축에서도 수의계약을 한 바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2차 재건축사업도 롯데건설 단독 입찰이 점쳐지고 있다.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는 3.3㎡당 897만 원이다.

또한 신반포27차도 오는 6월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마땅한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어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는 네 차례나 입찰공고를 내고 공사비 증액을 결정했지만 현재로선 DL이앤씨와 수의계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과거에는 강남권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 여러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사업을 따내려 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한층 높아진 공사비에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건설사들이 소모적인 수주경쟁으로 출혈을 감수하는 대신 애초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재건축 후보지 위주로 선별 수주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건설사 입장에서는 불황을 이겨내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는 등 비용편익분석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쟁 입찰의 경우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주민들을 상대로 영상제작 등 광고를 진행하고, 추가적인 인건비가 들어가는 등 건설사 들이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건설사와 조합 모두 처음부터 한 배를 탔다는 의식을 계기로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재건축 완공에 임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경쟁입찰의 경우 시공사 선정이 끝나고도 아쉽게 탈락한 후보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의 경우 실제로 조합원 투표에서 10표 이내 등 비등한 수준의 차이로 탈락한 건설사를 지지했던 주민들이 따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경우처럼 주민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수의계약은 이 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사전에 소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건설사 간 불필요한 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라며 "입찰 단계부터 단독으로 추진하는 만큼 보다 책임감있는 자세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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