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건설사들이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수의계약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내려가면서 면밀한 분석 하에 선택한 정비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 있어서 기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사례가 늘어나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책임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대우건설이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수의계약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 신반포16차 재건축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신반포16차는 최고 35층, 4개 동, 468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한강 변 알짜 단지로 평가된다. 조합 측은 재건축 공사비를 3.3㎡당 944만 원으로 책정했다.
대우건설은 올 여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에도 수의계약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합 측에서는 규모가 큰 재건축 사업인 만큼 여전히 입찰 경쟁을 통한 시공사 선정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우건설 외에 다른 건설사가 입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은 최고 35층·14개동·1279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 공사비가 7000억원을 넘는 강남권 핵심 재건축으로 꼽힌다. 수인분당선 개포동역이 지나가는 초역세권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개포주공5단지는 지난해 10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고 현재 시공사를 선정 중이다. 1차에서 유찰된 뒤 오는 20일 재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대우건설의 단독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1호 재건축인 공작아파트 재건축에서도 수의계약을 한 바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2차 재건축사업도 롯데건설 단독 입찰이 점쳐지고 있다.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는 3.3㎡당 897만 원이다.
또한 신반포27차도 오는 6월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마땅한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어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는 네 차례나 입찰공고를 내고 공사비 증액을 결정했지만 현재로선 DL이앤씨와 수의계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과거에는 강남권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 여러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사업을 따내려 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한층 높아진 공사비에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건설사들이 소모적인 수주경쟁으로 출혈을 감수하는 대신 애초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재건축 후보지 위주로 선별 수주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건설사 입장에서는 불황을 이겨내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는 등 비용편익분석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쟁 입찰의 경우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주민들을 상대로 영상제작 등 광고를 진행하고, 추가적인 인건비가 들어가는 등 건설사 들이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건설사와 조합 모두 처음부터 한 배를 탔다는 의식을 계기로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재건축 완공에 임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경쟁입찰의 경우 시공사 선정이 끝나고도 아쉽게 탈락한 후보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의 경우 실제로 조합원 투표에서 10표 이내 등 비등한 수준의 차이로 탈락한 건설사를 지지했던 주민들이 따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경우처럼 주민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수의계약은 이 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사전에 소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건설사 간 불필요한 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라며 "입찰 단계부터 단독으로 추진하는 만큼 보다 책임감있는 자세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