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가 21일 첫발을 내딛은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는 시작부터 업종별 임금 구분 적용과 최저임금 인상률 등을 둘러싸고 팽팽한 대립을 펼쳤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위한 제1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사진=유태경 기자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새로운 위원장으로 이인재 인천대학교 교수를 표결 없이 호선으로 선출했다. 이 위원장은 "노사공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하겠다"며 "노사가 최대한 이견을 좁히고 합의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심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3년이다. 지난 14일 임기를 시작한 제13대 최임위는 임기를 남겨둔 하헌제 공익위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26명이 새로 위촉됐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을 촉구했다. 류기섭 근로자 위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5%와 2.5%로, 이는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 생계 유지에 턱 없이 부족한 저율 인상"이라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될 뿐만 아니라 실질임금 저하로 인한 임금 삭감 부작용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 성장은 멈추고 우리 사회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내실 있는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류기섭(왼쪽에서 세 번째) 근로자 위원이 모두발언을 통해 최저임금 고율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유태경 기자
반면 경영계는 높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사정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졌기 때문에 최저임금 고율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명로 사용자 위원은 "지난해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1조2600억 원, 지급 건수는 11만 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 또한 2022년보다 86.3% 증가한 2조1719억 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이로 미뤄봤을 때 많은 영세 사업주들이 폐업에 내몰린 것을 알 수 있고,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책임지라는 요구는 가혹하다"고 반박했다.
노사는 업종별 임금 구분 적용에 대해서도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류기섭 근로자 위원은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제도 순기능을 부정하고 이를 악용해 우리 사회 차별을 조장하고 용인하는 것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올 초부터 최저임금 업종별 차별 적용 주장을 비롯해 마치 최저임금이 사회 악인 양 비상식적 주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기정 사용자 위원은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누적되면서 노동시장 수용성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며 "국민 후생증대 도모를 위해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고, 법상 허용된 업종별 구분 적용이라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12대 최임위에 이어 또다시 공익위원 간사를 맡게 된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에 대한 노동계의 사퇴 요구도 제기됐다. 이미선 근로자 위원은 "지난 심의 과정에서 노동자 삶을 외면하고 소통의 어려움을 만든 장본인이자 양대노총이 사퇴를 촉구했던 권순원 교수가 다시 재위촉됐다"며 "교육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사퇴 입장을 이 자리에서 밝힐 것"을 촉구했다. 권순원 공익위원은 "특별히 할 말 없다"며 입을 닫았다.
또한 이 근로자 위원은 최임위 전원회의를 생중계하는 등 공개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하헌제 사용자 위원은 "일단 오늘 회의는 모두발언까지 공개하기로 협의했으니 그대로 진행하고, 추후에 위원들끼리 합의된다면 공개하겠다"고 했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은 6월 27일까지며, 제2차 전원회의는 다음 달 4일 열릴 예정이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