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대통령실이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금개혁 관련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는 주요 쟁점 사안인 소득대체율이 1%포인트 차이를 두고 공전을 거듭하며, 서로 처음과 다른 목적으로 연금개혁에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주요 국정과제로 꼽았던 연금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연금개혁안을 시급하게 처리하자고 하는 것은 채상병특검법 등 주요 쟁점 법안의 통과를 위한 정략적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가운데)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24/사진=연합뉴스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비서실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 실무 협의를 위해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홍 수석은 ‘국회에서 (논의가) 마무리되기 전 대통령이 여야와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여야가 대통령과 함께 (연금개혁 문제를) 정리하자고 회담을 제안했는데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실제로 연금개혁을 할 의사가 있다면 연금개혁안 범위 내에서 여야 대표들이 다 만나거나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가 만나든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해 타결지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금개혁안과 관련해 여야와 정부는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로 인상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다.
하지만 연금 가입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버는 소득에 비해 받을 연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소득대체율을 두고 국민의힘은 44%를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기존 50%를 주장하다 45%로 수정 제안한 상황이다.
여야가 1%포인트 이견을 두고 첨예한 대치를 벌이고 있지만 두 방안을 비교해 봤을 때 기금 고갈 예상 시기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개혁특위)에 따르면, 여당이 주장하고 있는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 안을 도입될 경우 오는 2064년에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 안이 적용된다면 기금은 오는 2063년 고갈이 예상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24/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여당은 이 대표가 연금개혁을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연금개혁의 본 목적보다는 ‘채상병특검법’ 재표결 등 주요 쟁점 법안 처리를 하기 위한 정략적 목적으로 연금개혁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합의도 없는 본회의를 강행하고 일방적인 특검법 처리를 위해 연금 개혁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꼼수 정치”라며 “국민의힘은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안을 22대 국회에서 국민 공감 속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 나갈 핵심 과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 대표의 주장은 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채상병특검법, 양곡관리법, 민주유공자법 등 무더기 쟁점 법안 통과의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적 수단에 불과하다”며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언급한 것은 연금 개혁의 본질보다 국민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이자 밑밥 깔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연금개혁을 조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보험료(율)를 13%로 올리는 데 여야가 합의를 이뤘다는 것이 중요한 진전”이라며 “소득대체율이 44%냐 45%냐는 큰 차이가 아니니 여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즉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2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채상병특검법의 재표결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 처리를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실상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소득대체율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연금개혁안이 극적으로 합의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