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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상품 순위 조작'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유통업계 역대 최대

2024-06-14 04:46 | 유태경 기자 | jadeu0818@naver.com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자체 브랜드(PB) 상품 등 자기 상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에게 PB 상품 후기를 작성하게 해 검색 순위 상위 노출을 유리하게 한 쿠팡이 유통업계 역대 최대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과 CPLB(쿠팡 PB 상품을 전담 납품하는 쿠팡의 100% 자회사)의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이들을 검찰에 각각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쿠팡은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직접 판매하는 직매입상품과 PB 상품 등 자기 상품 판매 및 상품 거래 중개를 모두 영위하는 온라인 쇼핑시장의 1위 사업자다. 이는 검색 순위 산정 기준을 설정·운영하고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자 자기 상품의 판매자로서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가격, 배송일 등 상품의 객관적 특징과 판매량, 후기 수, 평균 별점 등 실제 소비자 반응을 중요하게 반영해 상품 검색 순위인 '쿠팡랭킹'이 산정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운영했다. 일반적으로 검색 순위가 높으면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의 판매량, 구매 후기 등이 우수한 것으로 인식하며, 검색 순위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쿠팡 내부자료에 따르면 쿠팡도 검색 순위 10위 내에서 많은 구매가 발생하고 20위 내에서는 대부분의 구매가 발생하며, 검색 순위가 높은 상품일 수록 판매될 기회가 높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공정위가 쿠팡의 이번 행위가 중대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공정위는 쿠팡의 위반 행위를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기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 ▲임직원을 동원해 구매 후기 작성 및 높은 별점 부여 등 크게 두 가지로 봤다.

먼저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현재까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 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쿠팡이 사용한 알고리즘은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을 1, 2, 3위 등 상위 고정 노출하는 '프로덕트 프로모션' ▲직매입 패션 상품과 PB 상품에 대해 기본 검색 순위 점수에 1.5배를 가중하는 'Strategic Good Product(SGP)'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에 대해 검색어 1개당 최대 15개까지 검색 순위 10위부터 5위 간격으로 고정 노출하는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 등 3가지다. 3가지 방식 모두 구매전환율과 가격, 구매 후기 등이 반영돼 산출된 검색 순위 결과를 무시하고, 알고리즘상 마지막 단계에서 검색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상위 고정 노출된 쿠팡의 자기 상품은 검색 결과에서 다른 상품들과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이 쿠팡이 인위적으로 상위에 고정 노출한 것인지 전혀 인식할 수 없었다. 쿠팡은 행위의 위법성을 명확히 인식했음에도 프로모션을 지속하면서 다른 방식을 추가해 알고리즘 조작을 이어갔다.

또한 쿠팡은 상위 노출이 상품 판매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인 점을 악용해 경쟁사업자(입점업체) 상품이 상위에 노출되고 있거나 판매가 부진한 상품,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 등을 상위 고정 노출하고 이를 은폐한 채 소비자를 적극 유인했다.

이 같은 행위로 쿠팡이 상위에 고정 노출한 자기 상품의 총매출액은 76.07%로 절반 이상 증가했고, 고객당 노출 수는 43.28% 늘었다. 프로모션을 실시함에 따라 검색 순위 100위 내에 노출되는 PB 상품 비율 또한 56.1%에서 88.4%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쿠팡이 자기 상품을 상위에 장기간 고정 노출한 결과, 소비자들은 원하는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서 찾을 수 없을 뿐더러 검색 결과의 다양성이 저해됐고, 타 브랜드 업체들이 불만을 야기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시즌과 맞지 않는 상품들이 상위에 있어 소비자에게 불편한 경험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쿠팡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싸게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등 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도 왜곡했다. 쿠팡은 내부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안들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쿠팡은 PB 상품에 대한 구매 후기를 수집하려 했으나 인지도가 없어 수집이 어렵게 되자, 2019년 2월부터 현재(2023년 7월 기준)까지 2297명의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 후기를 조작했다. 임직원들은 긍정적 구매 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최소 7342개의 PB 상품에 7만2614개의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평균 4.8점의 별점을 부여함으로써 PB 상품이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되기 유리하게 했다. 쿠팡은 공정위의 1차 현장조사 이전까지 이를 고지하지 않다가, 2021년 7월 검색 후 몇 단계를 클릭해야지만 확인할 수 있는 개별 구매 후기 제일 하단에만 임직원 작성 사실을 기재했다. 소비자들이 해당 구매 후기를 임직원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다.

이에 반해 쿠팡은 입점업체가 자신의 중개상품에 구매 후기를 작성하는 행위를 '마켓 내 경쟁사업자 간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심각한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있었다. 입점업체들에게 '온라인 쇼핑몰 특성상 구매 후기는 상품 구매를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고려 요소로, 후기 조작행위는 구매자로 하여금 상품 품질 및 성능에 대해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공지하면서 구매 후기 조작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쿠팡은 임직원 바인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주요 직책자로 구성된 쿠팡 운영위원회인 'CLT(Coupang Leadership Team)'에서 이를 실시하기로 결정하는 등 전사적 목표하에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PB 상품 출시 단계에서 임직원 바인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구매 후기 작성 방법과 관련 매뉴얼을 숙지시키고, 구매 후기를 1일 이내에 작성하도록 했다. 부정적 구매 후기를 작성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으면 경고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또한 구매후기 수와 평균 별점이 소비자의 상품 선택과 검색순위에 미치는 효과를 잘 알고 있는 스스로의 지위를 악용해 출시 초기에 인지도가 낮거나 판매량이 적은 PB 상품에 대해 인위적으로 구매 후기 수와 평균 별점을 높이고 이를 통해 PB 상품의 검색 순위를 상승시킴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할 목적으로 임직원 바인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 출시 초기부터 임직원 바인을 통해 검색 순위 상승의 주요 요소인 구매 후기 작성과 높은 평균 별점을 부여한 결과, PB 상품들의 검색 순위가 상승했다. 소비자들은 조직적으로 임직원이 작성한 구매 후기와 별점을 토대로 노출된 검색 순위에 기반해 구매를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이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크게 저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 조작 및 임직원 구매 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를 함으로써 자기 상품이 실제보다 또는 다른 사업자의 것보다 현저히 우수한 상품이라고 고객을 오인하게 해 경쟁사업자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했으며,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쿠팡에게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쿠팡·CPLB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과징금의 경우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의 금액으로, 2023년 8월부터 심의일까지의 과징금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약 10~11개월분의 과징금이 더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홍선 부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물가 상승과 쿠팡에 물건을 납품하는 많은 중소 업체들의 경영 악화 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번 조치는 개별 사건 조사를 통해 확인된 쿠팡의 검색 순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을 이용한 후기 작성 및 별점 부여라는 현저히 불공정한 경쟁 수단을 활용한 부분에 대한 것으로, PB 상품 전반에 대한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물가에 악영향을 준다거나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선택이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이번 쿠팡 제재로 수많은 중소 입점업체에 공정한 경쟁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중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온라인 플랫폼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쿠팡과 같이 심판이자 선수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하게 소비자를 유인하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혐의가 발견될 시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국내외 주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중 쿠팡과 같이 임직원에게 자기 상품에만 구매 후기를 작성하도록 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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