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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조약에 ‘지체없이’, 한반도 자동 군사개입 문 열었다

2024-06-20 14:16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으로 19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 결과 체결된 북러조약에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타방은 지체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북한이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북러조약 전문에 따르면, 이번 북러조약은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 및 러시아의 법에 준해’라는 전제조건을 단 것 이외에 지난 1961년 소련과 북한이 맺은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과 일치한다. 

1961년 조약엔 ‘일방이 무력침공을 당하게 될 경우 상대국이 지체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 및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돼있다. 이는 소련과 북한 간 자동군사개입 조항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런 만큼 이번에 북러가 포괄적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면서 발표한 북러조약에 대해 사실상 1961년도 조선·소련 동맹체제로 부활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북러조약은 2000년 푸틴 대통령의 첫 번째 방북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체결한 ‘친선·선린 협조에 관한 조약’을 몇 단계 뛰어넘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인 2023년 9월 13일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는데, 당시엔 두 정상이 공동성명이나 공동선언을 발표하지 않았고, 공동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금수산영빈관 정원구역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친교를 다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아우루스 차량을 서로 번갈아 몰며 영빈관 구내를 달렸다. 김 위원장은 승용차의 성능을 높이 평가하며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2024.6.20./사진=연합뉴스


다만 당시 두 정상은 러시아 극동지역의 우주산업 핵심기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으며,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16일까지 극동지역을 돌며 러시아의 주요 전략무기체계를 집중 시찰했다. 또 두 정상의 발언 및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볼 때 당시 군사 분야를 비롯해 무역, 농업, 항공, 수송 분야 협력과 인도주의적 문제, 교육·문화교류 등에서 포괄적인 협력 방안들이 논의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북러조약은 2023년 정상회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북한이 러시아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 것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화답으로 24년만에 평양을 다시 찾아 군사동맹을 부활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다급한 상황이 더 많이 반영된 것이지만 냉전 이래 북러 간 가장 강력한 동맹이 형성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북러조약 4조에 명시된 자동개입조항에 따라 2000년 선린협력조약을 폐기하고 1961년의 조·소 동맹 체제로 부활했다”면서 “군사기술협력 강화 등으로 북한의 재래식무기 첨단화 및 핵무력 고도화에 날개를 달아줬다. 국제사회의 제재 회피에 대해서도 공동전선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 교수는 “이밖에도 북한과 러시아는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 강화를 제도화했다”며 “북한이 남북 2국가론을 제시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됐다. 남북관계가 위협받는 것은 물론 한러관계에서도 크나큰 적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와 중국이 서로를 군사동맹 관계가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사실상 그에 준하는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온 것처럼, 앞으로 북한과 러시아도 전략적동반자관계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고 전략적 판단에 따라 군사동맹 차원으로 협력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지난 19일 북한과 러시아는 쌍방 사이 '포괄적이며 전략적인 동반자관계를 수립함에 관해 국가간 조약'이 조인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2024.6.20./사진=연합뉴스


북러는 이번 북러조약의 서문에 “패권주의 기도와 일극 세계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정의를 수호하며, 다극화된 국제체계를 수립하며 공동의 노력으로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도전들에 대처해나간다”고 적시해 두 나라의 협력이 미국을 겨냥할 것임을 나타냈다.

또 북러는 조약의 서문을 통해 “동지적이고 친선적인 쌍무관계를 공고히하고, 모든 분야에서 협조를 확대 강화해 조러 관계를 공고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으며, 조약에 구체적으로 ▲국제무대에서 공동보조와 협력 강화 ▲무력침략행위 위협을 받은 일방이 협조를 요청할 때 지체없이 협상 통로 가동 ▲타방의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을 의무 ▲제3국이 타방의 자주권과 안전·영토 침입 시 자기영토 이용 불허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밖에 북러조약에서 식량·에너지 안전, 정보통신기술 분야를 비롯해 기후변화 보건, 공급망 분야에서 상호 협력, 무역경제, 투자,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조와 확대 발전 추동 등을 약속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이번 평양 방문 수행단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데니스 만투로프 1부총리(국방·우주 담당),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원자력산업 단지·에너지 개발 담당),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올레그 벨로제로프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 유리 보리소프 연방우주공사 사장 등 14명에 달하는 고위급 관료들이 포함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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