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여야가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자진 사퇴 문제를 두고 맞붙었다. 야당은 김 전 위원장의 사퇴를 방송장악의 주범이 ‘도망’ 간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여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같은 시간 상임위가 소집된 것부터가 절차를 위반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과방위 소속 여야 위원들은 2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된 전체회의에서 ‘김홍일 탄핵소추안’이 불발된 것에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 위원장에 대해 “방송장악의 불을 지르고 도망간 방화범 런(Run)홍일”이라며 “국민이 기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 위원장의 사퇴에 분노를 감출 수가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사람들은 도망가기에 급급하다”며 앞서 이동관 전 위원장도 자진 사퇴한 것을 꼬집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2월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장송통신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더불어 이들은 김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언급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았다. 이 전 사장이 이명박 정권 시절 MBC 장악과 민영화의 선봉에 선 이력이 있어, 방통위원장으로 중립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여당은 과방위 개최 절차부터 문제 삼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본회의가 개최되는 시기 상임위원회가 열리기 위해서는 국회의장이 필요성을 판단 후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과 야당은 이를 생략한 채 과방위 전체회의를 개최해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형두 과방위 여당 간사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정부질문을 위해 본회의를 하는 날 자신들의 정쟁 소재인 방통위를 공격하고, 방심위를 비방하고 공정방송의 토대를 무너트리기 위해 상임위를 강행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권 주도로 추진했던 ‘김홍일 탄핵소추안’이 김 전 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무산되자 이를 정쟁화하기 위해 국회법을 위반하면서 상임위를 개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과방위 회의에 참석해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자진 사퇴한 것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입법 폭주로 쫓겨나간 것"이라고 옹호했다. 또 그는 야권이 6월 임시국회 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 3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도 "아버지 이재명 대표님에게 돌려 드리기 위해서 발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방통위와 공영방송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야당이 협조해 줄 것도 당부했다. 박정훈 의원은 "방통위원 5명 중 2명을 야당에서 추천해야 한다"며 "야당은 위원을 추천하고 방통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기 전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2월 29일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지 약 반년 만이다. 이는 탄핵소추안이 표결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직무가 즉시 정지돼, 방통위 업무가 장기간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퇴임식에서 "야당의 탄핵 소추 시도는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구하려는 것보다는 오히려 저에 대한 직무정지를 통하여 방통위의 운영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정치적인 목적"이라며 "이번 저의 물러남이 반복되는 혼란과 불행의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