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전 세계적으로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 규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저가로 수출하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어서다. 국내에도 철강 시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저가 중국산 철강재가 유입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규제에 대한 검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이해관계 상충에 따라 반덤핑 제소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재가 옮겨지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전 세계적 중국산 규제 움직임 확산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멕시코를 통해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재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중국산 철강재를 멕시코에서 가공한 뒤 멕시코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으로 수출해왔는데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중국산 철강재가 멕시코에서 가공된 뒤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하더라도 관세 25%가 부과된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를 3배 인상한다고 발표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산 철강재 수입 규제 움직임은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칠레는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최대 3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6개월 임시 조치지만 칠레 내에서는 반덤핑 관세를 4년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도 철강재 관세를 기존 9~12.6%에서 25%로 전격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중국에서 저가 유입이 늘어나자 행한 조치다.
대만 역시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증가하면서 반덤핌 제소에 나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대만으로 유입된 중국산 철강재는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어났고, 저가로 판매하고 있는 만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체들이 수출을 늘리자 전 세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소재가 중국산이어도 수입을 막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중국산 철강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덤핑 제소, 현실적 문제와 반덤핑 이해관계 상충에 ‘지지부진’
전 세계적으로 중국산 철강재 유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로 들어온 중국산 철강재는 407만 톤으로 전년 동기 396만 톤보다 11만 톤(2.8%) 증가했다.
문제는 중국산 철강재가 저가로 들어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국내에도 저가로 밀어내기식 수출에 나서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중국산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작 국가 차원에서 아직까지 특별하게 나오는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결국 피해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보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유입이 많은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피해가 크다. 열연강판은 냉연강판, 도금강판, 컬러강판 등 다른 철강재의 소재로도 활용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철강재로 꼽힌다.
하지만 동국제강과 세아제강, KG스틸 등 국내 재압연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저가 중국산과 국산 열연강판을 모두 활용해 냉연강판 등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반덤핑 제소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중국산 열연강판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재압연업체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결국 포스코·현대제철과 재압연업체들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반덤핑 제소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포스코는 GS400이라는 수입대응 개념의 강종을 만들어 중국산 철강재 가격과 연동해 대응하고 있다. 또 실수요 고객과의 거래에서도 일부는 수입산 가격을 연동해 판매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반덤핑 제소는 사실상 국내 제품 가격과 수입 제품 간 가격 차이를 근본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가격 대응이 반덤핑 제소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제조업 특성상 공장가동률 확보가 최우선돼야 하는 만큼, 가격 대응을 통해 판매량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업계 내 한계가 있다. 또 가격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결국 실수요와 유통업체 모두 일부 고객 이탈이 뻔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여러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열연강판보다는 후판에 대해 먼저 반덤핑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 내 한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에 대해 검토만 이뤄지고 실질적으로 진행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반덤핑이 아니더라도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곳에서는 국산 철강재 사용 의무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