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중앙정보국(CIA) 대북(對北) 분석관 출신으로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53·한국명 김수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 연방검찰에 의해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테리는 17일(현지시간) 체포된 당일 보석금 50만 달러(약 6억9000만원)을 내고 풀려났지만 이미 기소된 상태이다.
테리는 미국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정부를 위해 일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미 법무부 보도자료엔 테리를 기소한 이유에 대해 “이번 기소는 자신의 전문성을 외국정부에 팔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는 공공정책 담당자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하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소장에는 테리와 함께한 우리 국정원 요원이 명품 매장에서 가방을 결제하고, 테리와 국정원 요원이 함께 고급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 및 대화 내용이 적시돼있다. 또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함께하는 대북정책 관련 비공개 회의에 참석해 수기로 작성한 메모를 한국정부에 그대로 넘긴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외교부에서 열린 탈북 관련 타큐멘터리 영화 상영회에서 수미 테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17./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테리가 2021년 4월 16일쯤 워싱턴에서 국정원 요원과 저녁 자리에서 과거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위원회(NIC) 고위급을 역임했으며 한국업무도 담당하는 국무부 고위당국자와 친밀한 관계”에 대해 논의한 사실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 국무부에서 대북고위관리로 임명된지 3개월만인 지난 5월 돌연 사임한 정박 동아태 부차관보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수미 테리의 경우 학자 신분이므로 로비스트로 등록하지 않고 지난 10년간 학계 활동을 해왔다. 따라서 10년만에 미국정부가 로비스트 잣대를 들이대 테리를 기소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외교가의 반응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외국대리인등록법 기소 보도와 관련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히 소통 중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검찰이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의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미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기소했다. 사진은 테리 연구원의 공소장에 실린 국가정보원 요원으로부터 고급식사를 대접받고 있는 모습. 2024.7.17./사진=연합뉴스[미 뉴욕 남부지검 공소장 사진 캡처]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 직원도 테리와 접촉한 사실이 공소장에 나와있다’는 질문에 “외국의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외교부가 수미 테리를 접촉해 기고를 요청했다는 것에 대해 유관부서의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테리 연구원에 대한 기소로 인해 국정원의 정보활동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미국 내 지한파 학자 양성 및 연구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관련자들에 대해 감찰과 문책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사진에 찍힌 건 다 문재인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국정원에서 전문 요원들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우니까 이런 얘기가 나온다”며 “감찰이나 문책을 하면 아무래도 문재인정권을 감찰하거나 문책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