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과 매몰…87체제가 만든 진보 보수의 진영구도는 허상
   
▲ 이인철 변호사
왜 호남에서는 태극기 집회가 열리지 않을까

태극기 집회가 전국으로 확산되어 가지만 호남 지역에서 열렸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각지의 태극기집회에 수많은 호남 분들이 참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여기서 질문은 지역으로서의 호남을 가리키는 것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왜 정치가 거론될 때마다 항시 호남이라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가이다. 공화국 대한민국은 분명히 하나의 공화국인데 그곳은 특별히 다른 곳인가. 그 지역만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특수한 점이 있는가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호남에 대한 편견과 그 이미지, 그리고 그러한 편견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는 단지 호남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인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 정확하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온 고향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끊을 수 없는 연을 강조하는 문화는 좁은 한반도의 한국인들이 정서적으로 자기 지역에 포획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근대 국가 탄생의 중요한 자원은 도시의 발달이라는 점에서 볼 때에 이는 독특한 현상이다. 설과 추석이면 텅 비어있는 대도시는 고향이 삶의 근거로 자리잡은 한국사회를 보여준다.

한국에서의 정치는 보수 진보의 이념이 아니라 내사람이 사는 내지역이라는, 고향이라는 기반에서 펼쳐진다. 어느 지역의 정치가가 대선 후보를 표방하면서 여당 출신 대통령이 나왔던 곳이니 이제는 야당 출신 대통령이 나와야 좋은 것이 아니냐고 해서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지역 구도에서 보수 진보 구분은 의미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현실에서는 내 고향 사람이 우선이다. 조선조 초기 왕권이 강하였던 잠시를 빼놓고는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지역분할의 구도가 자리잡은 것 같다. 1948년 공화국 대한민국이 탄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화적 배경과 분단이라는 정치적 상황은 공화국의 권위를 바로 세우지 못하게 한다.

   
▲ 태극기 집회는 특정 정당의 것만이 아니라 공화국의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하나의 공화국으로 만드는 새로운 정치 지향 운동이다./사진=미디어펜

 
이러한 문화를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는 특정 지역에 대한 이미지와 편견을 사용한다. 지역평등시민연대 주동식 대표의 저서 “호남과 친노”는 친노세력의 영남패권주의가 어떻게 호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는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편견을 이용한 정치상황에서의 장기간의 경험은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장벽을 치게 만들고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이러한 정치적 경험이 오늘날 호남지역을 정신적으로 가두고 있다. 빠져 나와야 하지만 나올 수 없는 곳, 이제는 스스로 그곳에 머물게 하는 감옥이 되었다. 2016년 413총선이 남긴 하나의 긍정적인 신호는 호남이 독자적으로 제3의 지대를 만들고자 하여 국민의 당을 등장시킨 것이다. 이 역시 또 하나의 지역 구도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문화로부터 탈출을 위한 출발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벗어버리고 한 공화국의 국민으로서의 함께 길을 걷는 것은 호남만이 아니라 모든 지역의 과제이며 공화국의 국민의 과제다. 그러한 과제의 수행이 호남에서 출발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기원을 여는 것이다. 

87년 체제가 만든 진보 보수의 진영구도라는 허상을 넘어서, 진보 보수의 구도가 특정 지역성에 매몰되어 있는,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구도인양 인식해 온, 그런 사유의 감옥에서 벗어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혁명이 아니겠는가? 

태극기집회로 출발한 공화국을 바로 세우는 시도가 이를 위한 하나의 계기였으면 한다. 태극기 집회는 특정 정당의 것만이 아니라 공화국의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하나의 공화국으로 만드는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나갔으면 한다. 호남이 그 길을 열어 준다면 그것은 혁명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이인철 변호사

   
▲ 지역평등시민연대 주동식 대표의 저서 “호남과 친노”는 친노세력의 영남패권주의가 어떻게 호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는가를 잘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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