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금융‧기후금융사업 진출…소유주 바뀌며 경쟁구도 복잡해져
지난 2017년은 국내 증시가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로 평가된다. 그러나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상승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업계 내부의 분위기는 미묘한 구석도 없지 않다. 미디어펜은 새 정부 출범이 2년차를 맞는 2018년 국내 증권가를 겨냥해 어떠한 정책이 추진돼 업계 판도가 변화할 것인지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017년은 대형 증권사들 중심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 등 달라진 업계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중소형사들이 차별화 전략을 구축한 한 해였다. 올해 중소형사들이 작년의 준비과정으로부터 유의미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업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새해 화두는 ‘차별화’에 맞춰지고 있다. 지금까지 증권사들의 사업이라고 인식되지 않았던 분야에도 과감하게 진출해 금융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하이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항공기 금융’에 진출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보잉사의 중고 항공기 두 대를 중국계 리스회사로부터 구매해 국내에서 기관투자자를 모집했고 총 2억900만달러(약 2340억원)의 사모사채 딜을 성공시킨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항공기금융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DGB금융지주가 새로운 주인이 된 만큼 이전에 없었던 또 다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편 SK증권은 ‘기후금융사업’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 진출했다. 기후금융이란 기후변화 대응활동과 금융상품을 연결하고 친환경사업에 투자하는 사업 전반을 의미한다. 탄소배출권과 기후채권 등을 하나의 ‘상품’으로 다룬다.

작년 11월 국제기후채권기구(CBI)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SK증권은 아예 신재생에너지 전담 프로젝트파이낸싱(PF)팀까지 만들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관련 금융주선도 확보했는데, 새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발표하면서 관련 사업이 유망해짐에 따라 기후금융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대형사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더욱 과감한 영역 확장에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초대형 IB 출범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대규모의 자기자본이 초대형 IB 진출의 전제조건인 만큼 중소형사들로서는 대형사들과의 격차 확대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기존 예측과는 달리 대형사들의 초대형 IB 정식 출범에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외형상 초대형 IB라는 타이틀을 달았더라도 단기금융업 인가 등 실질적인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발행어음 사업을 허가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하나뿐이다. 

국내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아무리 늦어도 올해가 가기 전에 대형사들의 초대형 IB 군웅할거 시대가 열릴 것”이라면서 “중소형사들로서는 사활을 걸고 사업 확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사들의 영업 방식이 달라진 데에는 ‘소유주’가 바뀌었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우선 케이프투자증권은 SK증권을 인수하며 중소형사들 사이의 경쟁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합치면 6000억원을 훌쩍 넘어서고 업계에서의 지위도 18위권 이내로 상승한다.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 실적 개선에 성공한다면 역시 업계에서의 지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이베스트증권의 새 주인이 정해진다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쟁구도는 그야말로 ‘예측불허’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8년은 대형 증권사들의 초대형 IB 진출과 중소형사들 내부의 경쟁구도가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각 회사들을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구도가 복잡해지면서 각 회사들은 자신들의 장점에 천착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세워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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