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지난 11일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한 회의를 갖고 공정경제에 대한 입법작업을 오는 6월까지 마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와 경제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정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쟁점화되어 벽에 부딪힐 경우 일부개정안부터 먼저 처리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입법 후 기업들에게 불거질 악영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가업승계나 벤처지주 차등의결권 도입에 전향적이라 일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검찰의 '기업 별건수사' 남용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공정거래위에 신고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면제) 사건 중 입찰담합과 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만 검찰이 수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국민적관심을 받는 큰 사건에 대해 우선 수사하기로 해 그 기준이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별건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이 내부에 예규나 시행령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사건에 따라 정권의 하명을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검찰이 입찰담합을 조사하면서 횡령이나 배임을 조사하지 않겠다는 말을 기업들이 어떻게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서 더 큰 문제는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의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20%로 일원화한다는 점"이라며 "개정안에 따라 총수일가 지분을 팔아야 한다면 주가하락으로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계열사에 팔 경우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총수지분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낮추는 등 입법예고대로 하면 기업 규제대상이 2018년 231개사에서 607개사로 대폭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배구조 핵심인 현대글로비스의 오너일가 지분이 29.9%인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를 20% 이하로 낮춰야 해서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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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22일 열린 새해 첫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
더 큰 문제는 대기업들을 겨냥한 상법 개정안이다.
민주당 소속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상법 개정안' 등 서너가지 법안을 패키지로 처리하려고 한다"며 "올해 상반기 안에 공정경제에 대한 법적 장치를 완성하는데 당정이 공감대를 이뤘다. 국회가 열리는 대로 시동을 걸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비롯해 다중대표소송제도, 집중투표제 의무화 내용을 담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의무화되면 외국계 자본들이 규합해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그들측 인사를 경영진에 참여시켜 대주주 의사결정권이 과도하게 제약받을 수 있고, 다중대표소송제가 통과될 경우 외국계자본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 경영에 개입하게 된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는 "오너 대주주의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경영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라고 설명했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격자와 방어자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스탠다드인데 현재도 공격적인 외국인 펀드가 국내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기업 방어행위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2월이든 3월이든 국회가 열리면 개별 법안에 대해 야당과 합의 가능한 접점부터 쪼개기 처리를 시도하고 다른 법안들과 패키지로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안들이 통과되면 대주주 경영권이 더 취약해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확대에 쓸 재원과 시간을 경영권 방어에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