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 갈등이 연이어 폭발하자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수수료 협상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견된다면 형사고발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압박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낮은 벌금과 명확하지 않은 제재 조항 등으로 인해 실효성에 물음표로 방점을 찍고 있다.

   
▲ 사진=미디어펜


20일 금융위원회는 전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대해 "추후 카드수수료 적용실태 점검을 거쳐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것"이라며 "대형가맹점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징역 1년이나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가 갑자기 이같은 백브리핑을 개최한 배경은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 수수료 협상에 지속적인 마찰음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계약해지'를 내세우며 인상을 반대하자 끝까지 버티던 카드사 마저도 모두 백기투항했다. 수수료 인상실패는 다른 업권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 19일엔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마저도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의 갑질'로 인해 수수료 인상을 추진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는 당국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야기한 만큼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말뿐이 아닌 실효성 있는 조치 실행과 제도 보완을 통해 현 수수료 사태를 만든 책임자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방위에서 금융위 ‘뒷짐’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 측에서 형사고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비판이 일고 있다.

우선 금융위는 대형가맹점 갑질을 타개하기 위해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기와 방법이 미정인 상태다.

또한 수수료율 협상과정에서 위법 행위에 대한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인해 위법 행위를 공정하게 가릴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위법 행위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터무니 없이 낮은 벌금으로 인해 금융당국의 경고가 업계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는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적하는 ‘부당한 요구’의 객관적 판단기준이 없다. 이를 설사 위반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라도 벌금은 최대 3000만원에 불과하다.

해당 처벌은 연 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에게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커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며 "언제 법률을 개정하고 언제쯤 해당 제재를 시장에 반영할 것인지 업계에선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위가 여태 손 놓고 있다가 뒷짐 비판이 일자 구색만 갖추기 위해 으름장을 놓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라는 대기업과 수수료 협상 갈등이 빚어졌을 땐 가만히 있다가 비교적 업계 파워가 약한 기업들이 반발에 나서자 갑작스런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