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정계 진출 가능성까지 내다봐…문대통령 메시지 언급 의도, 복합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22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23일 새벽 15시간 만에 종료된 가운데, 향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대립 구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 관심을 모은 사퇴 여부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번 국감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아직 임면권자의 말씀이 없다", "임기는 국민과 한 약속"이라며 내년 7월 말까지 임기를 고수할 뜻을 밝혔다.

특히 윤 총장은 이번 국감에서 추미애 장관을 향해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총장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장관의 수사지휘는 위법하고 부당한 것이 확실하다"는 등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추 장관은 소위 '검언 유착' 의혹을 밝히겠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사건 수사팀은 정작 채널A 전 기자의 '강요 미수' 혐의만을 기소해 얼굴을 구겼다.

최근 들어 가장 큰 화제로 떠오른 라임 및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추 장관은 법무부장관으로서 역대 3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이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 올해 1월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지난해 7월 취임한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내년 7월 임기를 마친 후 정계 진출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검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23일 본지 취재에 "윤석열 총장은 국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청와대의 사실관계 확인과 별개로 여권과 검찰의 갈등 양상을 더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그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지금은 대등한 입장에서의 갈등이라기 보다는 추미애가 윤 총장의 측근을 다 자르고 자신 및 대통령 측근을 심어 총장이 전혀 힘을 못 쓰는 일방적인 상황"이라며 "윤 총장은 내년 7월말 임기까지 자리 고수를 천명했지만 한번 더 장관의 위법한 수사지휘가 있을 때 사퇴하는 것 말고 선택지가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더욱이 윤 총장은 지난해 취임을 앞둔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에 관심이 없다',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이번 국감장에서는 '국민을 위해 봉사', '사회의 많은 혜택'을 언급하고 정치도 들어가냐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부인하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국감에서 그간 감춰왔던 속내를 거리낌없이 드러낸 윤 총장이 결국 이번 국감장을 반격의 장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 또한 본지 취재에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수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자신있게 밝힌 윤 총장이 이제와서 잔여 임기 10개월을 앞두고 사표를 던지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재차 3번째 인사 파동을 겪어 자신이 검찰에서 할 일이 완전히 없어지더라도 청와대, 민주당과의 대립각을 이어가 자신의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윤 총장은 이번 국감에서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임기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남겼다"며 "청와대로서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옵티머스 라인 사건이 가장 큰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대통령을 직접 지목하고 나선 윤 총장의 진짜 의도를 모르는 이상, 사건들을 일사천리로 처리하기 곤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국감을 계기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갈등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