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두 번째 구속…삼성 경영 시계 ‘오리무중’
미래성장 전략에 차질 불가피…재계, 한국경제·삼성 미래 ‘걱정’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이 두 번째 총수 공백 사태를 맞으면서 창사 후 최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를 메울 마땅한 카드가 없는 삼성의 경영 시계는 오리무중이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향후 삼성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여간 수감생활을 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그룹 내부는 경우의 수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며 침통한 모습이다. 특히 그룹의 구심점을 잃었다는 데 대한 불안감이 크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가운데 이 부회장까지 자리를 비우면서 과거보다 충격파가 더 큰 모습이다.

재계에서도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하지 못한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국가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이 부회장의 선처를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당분간 삼성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신성장 사업과 투자 전략이 모두 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재계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속해온 삼성의 미래성장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진행해온 과감한 투자 역시 속도가 떨어지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판결 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경영 일선으로 돌아온 뒤 삼성의 혁신 전략을 주도해 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기존 사업은 물론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 전장 등 미래 먹거리에서 차별화 경쟁력을 구축하는데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최근 몇 년간 성장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에 집행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실행되는데 이 부회장은 결정적 의사결정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석학들을 삼성행을 결정한 것도 이 부회장의 노력이 힘이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삼성의 미래를 그렸다. 재계 라이벌로 여겨지던 현대자동차 등과도 머리를 맞댔다.

삼성은 당분간 계열사별 전문경영 체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감한 성장전략을 추진하던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사라지면서 안전경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당분간 삼성의 신규 투자 계획 대부분이 지연되거나 보류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삼성의 혁신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경쟁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면서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부재로 삼성은 당분간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룹의 상징이 없다는 점이 더욱 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며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계열사별 방어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성장 사업 추진도 속도가 떨어지는 등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재판 후 변호인은 “이 사건은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러한 본질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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