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연일 충돌하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양측의 후보 단일화가 막바지를 향해 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6일 야권 단일후보 선출 뒤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은 “이해가 잘 안 된다”며 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원래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내가 처음에 우리 당에 들어와서 후보 경쟁을 하면 자연적으로 원샷으로 후보가 될 테니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나"고 반문한 뒤 "그때는 국민의힘 기호로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안 온다고 하던 사람인데 왜 갑자기 합당 이런 이야기를 이제 와서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두 사람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날에도 김 위원장은 안 후보를 향해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는 없다”고 힐난했고, 안 후보도 “도를 넘는 말씀을 하신 것은 이적 행위”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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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국민의힘 제공 |
안 후보는 특히 “후보끼리 합의한 사항에 대해 국민의힘 협상단이 인정을 안 한다. 후보 뒤에 ‘상왕’이 있는 것은 아닌가”, “나와 국민의힘을 이간하는 세력이 있다”며 거듭 김 위원장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만나 “김 위원장과 안 후보의 개인적인 인연은 둘째치고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이 국민의당과의 단일화를 ‘상수’로 두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그간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강론을 강조했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연일 거론되던 지난 1월에는 ‘안철수 타령’을 금지시키면서 당을 “콩가루 집안”에 비유할 만큼 격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단일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은 그의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노태우를 상대로 3김이 분열해 패배했다는 30년 전 사고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정치를 오로지 ‘단일 여권’ 대 ‘분열된 야권’의 구도로만 보기 때문에 자신들의 주체를 강화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정체성 자체가 서로 다른 정당과 오로지 당선을 위해 정치적 흥정을 하는 셈인데, 정책의 조화가 없는 그런 연합이 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단 말인가.”
“국민의 시선으로는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저라나’ 하는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국민에게 동정표를 얻으려는 식으로 선거를 치러서는 안 된다. ‘든든하게 믿을 수 있는 세력’이라는 자심감을 보여주고 당당하게 표를 얻어야 한다.”
김 위원장과 안 후보의 개인적인 악연도 현재 상황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안 후보에게, 김 위원장은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2012년 4월 총선 출마를 조언했지만, 안 후보는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결과적으로 무소속 후보였던 고 박원순 전 시장에게 양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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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 그분(안철수)에게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했더니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의원을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 이분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더 이어가지 않고 자리를 떴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는 두 사람이 경쟁 구도에 섰다. “내가 ‘안철수의 멘토’라고 언론이 줄곧 호들갑을 떨었던 데다, 실제 그런 부탁과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는 당시 상황 설명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이 안 후보 측의 제안을 거절하고 민주당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1년 뒤 2017년 대선에서 안 후보는 김 위원장에게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수락했지만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안 후보가 선거에 패배하면서 서로에게 안 좋은 기억만 더해졌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두 사람의 인연은 출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면서 “서로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만 남은 상황에서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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