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5년만에 봉화마을 방문...지지자들 "사랑합니다"
정세현 추도사서 "찬란하지만 가슴아픈 5월"...노 전 대통령 그리움
야권 이준석·권성동·한덕수 국무총리 참석...보수 인사 대거 참석 처음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거행됐다.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추도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한덕수 국무총리,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1만 5000명의 '구름 인파'가 모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는 이날 '상록수' 노래에 맞춰 권양숙 여사와 함께 추도식장에 입장했다. 지지자들은 "사랑합니다", "문재인"을 외치면서 문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 이해찬·이낙연 전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등장할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의 방문은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 후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행사에 참석한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저는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이른 오전부터 봉하마을에 총집결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준비했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박홍근 원내대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 지도부와 당 소속 의원들이 함께했다. 

   
▲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정세균 전 국무총리 .권양숙 여사가 추모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념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공식 추도식에 앞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비공개 오찬을 했다.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와 권양숙 여사도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추모식 때 별도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대신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현 전 장관이 공식 추도사를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문재인 정부 업적도 부각했다.

정 전 장관은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후에 세월이 속절 없이 흘러 우린 벌써 13번째 봄을 또 맞이했다"며 "어김 없이 또 찾아온 찬란하지만 가슴 아픈 5월에 당신에 대한 그리움 가득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늘 이 곳 봉하마을에 이렇게 많이 모였다"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정 전 장관은 "강물은 구불구불 흐르면서도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생전의 당신 말씀처럼, 우리 정치도 늘 깨어있는 강물처럼 바다로 갈 것이라 믿는다"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그 꿈을 마저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 5년간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 됐고 6위 군사 강국으로 우뚝 섰다"며 "이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됐다. 이 박수는 문 전 대통령께 보내달라"로 문 전 대통령 업적을 강조했다. 

정세균 노무현 재단 이사장도 인사말을 통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 비로소 반가운 얼굴로 마주 보게 됐다"며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문 전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수고 많이 하셨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가세했다. 

   
▲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권양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이 열렸다./사진=미디어펜

   
▲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권양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이 열렸다./사진=미디어펜

이날 추모식에는 여권 핵심 인사들도 대거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 6.1지방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정미경 최고위원과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 허은아 수석대변인, 양금희 원내대변인 등도 함께했다. 

윤석열 정부 인사로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안부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보수 정부 수뇌부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대거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준석 대표는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권양숙 여사를 예방해 선거 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논쟁이 격해지는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하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협치에 틀도 그렇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모시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우선 '민주주의가 잘 돼야 되겠다'는 철학이 분명하셨다"며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잘 되려면 결국 갈등 분열 이런 것들이 대화와 타협 그리고 일종의 통합과 상생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생을 그렇게 행동하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께서 오늘 불참하셨는데 별도의 메시지 전달이 있었나'라고 묻자 "우선 권양숙 여사님 건강 이런 문제에 대해서 좀 각별히 대통령님의 뜻을 전달하라 하는 말씀이 계셨다"라며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었다'는 말도 전해 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