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송영길 '김포공항 이전' 공약 둘러싸고 정치권 연일 시끌시끌
민주당 제주 후보들 “일고 가치 없다”며 반발...당 내에서도 엇박자
국힘 "콩가루 집안" "밥상 엎는 정당"...김포공항 이전, 지선 최대 변수로
[미디어펜=이희연 기자]6.1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및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송영길 후보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두고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두고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 등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당내 조율 없는 주장'이라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불협화음에 국민의힘은 "콩가루 집안 그 자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꾸는 세력"이라고 총공세를 펼치면서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선거 막판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지난 27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정책협약식에서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통합하고, 공항 용지 및 일대를 개발하자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후보는 이날 송 후보와 정책 협약을 맺고 김포공항을 이전해 수도권 서부를 개발하자고 약속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5월 21일 강남역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민주당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와 송재호 제주도당위원장 등은 다음날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고의 가치가 없는 내용”이라며 “제주의 미래와 자주권은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에게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중앙당의 공약이 아니고,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국회 국토교통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도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선 때) 제가 여러 가지로 분석해서 이건 안 된다고 얘기했었다"라며 "슬롯(시간당 최대 이착륙 횟수)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국내선을 처리할 여력은 없다. (대선 이후) 그 몇 달 사이에 그게 되겠느냐"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이 후보가 꺼내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수도권 후보들은 혹여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와 배국환 성남시장, 김병관 경기 분당갑 보궐선거 후보 등 민주당 경기 지역 후보들은 이미 성남 서울공항 김포공항 이전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란에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30일 본보와 통화에서 "김포공항 이전은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국민들에게 제대로 합리적으로 유용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정치적으로 악용해서 그런건데, 제주에 영향을 미칠거라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김포공항 이전' 이슈를 적극 부각시키면서 '이재명 고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김포에서 시작된 '김포 공항 이전' 논란은 이제 제주를 비롯해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 내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김포공항 이전 관련 공약은 민주당의 콩가루 정체성 그 자체"라고 맹비난하면서 "제주도에 울릉도까지 관광사업을 완전히 망가뜨리려는 이재명 후보는 당장 공약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5월30일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역 앞에서 열린 ‘경기 남부권 기초단체장 후보 공약 실천 약속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30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경기도지사이자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후보가)국가 전체의 이익은 내팽개치는 급조된 공약을 가지고 왔다"며 "민주당은 계양을 호구로 보고, 국민을 볼모로 보는 것, 바로 이것이 김포공항 이전의 본질"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오세훈 후보도 "급조된 두 후보(이재명·송영길)의 졸속 공약"이라며 "전세계가 대도시는 복수 공항 갖고 있다. 공항 하나가 사고로 폐쇄됐을 때 두 개 이상 존재해야 가능하다. 뉴욕 7개 런던 6개 파리 3개 있다. 서울에는 2개 있다. 성남은 군공항이다. 이 두 개를 합치는 게 전세계 공항 정책이 맞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도 이날 “김포공항이 없어지면 부산도 직격탄을 맞는다"며 "지난해 540만명 이상이 김포 부산 노선을 이용했다. 제주 못지않게 부산시민의 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야말로 민주당이 얼마나 문지방을 보지 않고 밥만 먹으려 달려들다 밥상을 엎는 정당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꼬았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기자에게 "이재명 후보가 갑자기 계양에서 표를 얻으려고 국가 물류 체계를 흔드는 공약을 굉장히 가볍게 얘기하고 있다"며 "또, 본인이 당선되기 위해 동료들의 표를 갉아 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김포공항을 많이 이용하고 계신데 그걸 없애버리겠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와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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