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재무구조 개선 명령권 가진 국토부, 면허 박탈도 가능
당국 조치 따라 경영 정상화·해직자 복귀 해결 영향 받는 구조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이스타항공의 변경 면허 신청·발급 과정에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

9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보도자료에 관계자가 아닌 장관이 직접 등장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2021년 11월 16일 법원에서 회생 계획안을 인가받은 후 같은 해 12월 15일 국제 항공 운송 사업 변경 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제출한 회계 장부상 허위 내용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결손금이 변경 면허 신청 시 1993억원이었는데, 올해 5월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공시된 2021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 내용과는 달리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4851억원으로 늘어나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진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 이스타항공 로고./사진=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은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회계 시스템이 폐쇄된 탓에 정상적인 회계 결산을 진행할 수 없었다"며 "이런 이유로 변동 여지가 큰 결손금의 경우 비교적 가장 최근 자료인 2020년 5월 말 기준의 수치를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올해 2월 회계 시스템을 복구해 2021년 말 기준 회계 감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결산 이전엔 예상 못한 결손금이 늘어나 국토부에 제출한 수치와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일 뿐"이라며 "충분히 소명하고 빠른 시일 내에 오해를 풀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스타항공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전 구성원들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원희룡 장관이 엄중 조치를 지시한만큼 조속한 항공 운항 증명(AOC) 발급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스타항공은 AOC 수검을 통해 △재무 △인력 △설비 △안전 평가 △승무원 테스트 △규정·조직 평가 등 80여 분야 3000여가지 세부 내용에 대한 평가를 받았고, 특히 지난달 초 2차 비상 탈출 테스트에 합격해 금방 관련 절차를 마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1개월 간 국토부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 진행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국토부 항공안전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최종 단계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회계 문제는 타 부서에서 전부터 감지해온 것"이라며 AOC 발급 지연이 회계 부정 논란과는 관계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 인천국제공항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이처럼 국토부가 항공사 재무 상황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본 잠식에 빠졌을 경우 안전 투자에 소홀해질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국토부는 관련 법령상 자본 잠식률이 50% 이상인 경우가 1년 이상 이어지면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후에도 50%를 넘는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 사업 면허 자체를 박탈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현재 157.4%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희룡 장관은 아무 사업자에게나 AOC를 발급해주지 않을 방침으로, 기존 국토부 입장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 첫번째 대상이 이스타항공이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3분기 중에도 정상 영업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 항공사들은 여름철 성수기 수요발 흑자로 4분기 비수기 적자를 메운다"며 "이스타항공의 경우 AOC를 못받아 하계 휴가를 떠나는 고객층을 놓치게 돼 최소 올해 말까지는 결손금이 쌓일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사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해직자 복귀도 늦어진다. 이스타항공 직원은 1600여명 수준이었지만 대규모 해고로 450여명만 남았다. 이 중 실제 출근 또는 자격 훈련을 받고 있는 인원은 330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휴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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