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중소기업중앙회관./사진=중소기업중앙회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의 규제 강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동력을 잃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화평법은 2011년부터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망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지난해 3월 개정돼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에 있다. 화평법은 모든 신규 화학물질과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판매하는 기존 화학물질을 매년 환경당국에 보고 및 등록토록 규정하고 있다. 화학물질의 위해성 여부를 가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좋은 법 개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화학 관련 중소기업계에서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화학물질이 위해물질로 판정될 경우엔 즉각 사용을 중지하고 대체 물질을 쓰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학물질 이슈 평가를 위한 인력 및 비용 역시 해당 기업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계는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대체 물질을 구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과 같은 부담이 가중될 경우 경영난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환경제일주의에 입각한 현행 화평법이 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인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경제 4단체 오찬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소기업이 화평법과 화관법을 준수하기 위해 지불하는 컨설팅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반면 환경부는 200만~300만원만 든다고 한다"며 현장과 정부의 인식 차에 대해 읍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열처리·표면처리 등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6대 업종 협동조합 이사장들로 구성된 '뿌리산업위원회'는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16차 회의를 열었다. 뿌리산업계의 고충을 공유하고, 뜻을 모아 정부에 정책을 건의하기 위해서다.
양태석 뿌리위 공동위원장은 "현행 화평법은 화학물질 등록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들어갈 수천억원대의 비용을 영세 기업주들이 내기가 부담스러워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일본이나 대만과 같이 정부가 물질 등록에 있어 필요한 자료를 정부가 일선 기업에 배포해야 한다"며 "취급시설 기준을 지키기 어려워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연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강동한 공동위원장 역시 "가뜩이나 3D 업종 이미지 탓에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는데, 정부는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기준을 제시한다"며 "점차 강화돼가는 환경 규제에 대응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뿌리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환경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1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제1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열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코·테스 등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해당 기업들은 화평법 외에도 주 52시간 근무제·화관법 완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은 "논의 중"이라는 말로 업계의 요구에 어정쩡한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화관법과 화평법은 환경부 소관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재계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