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이 16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섯 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후폭풍으로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된 탓이다. 이들은 한 전 대표에게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책임을 제기하고 사퇴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한 전 대표 사퇴에도 탄핵정국을 수습할 비대위원장을 구하지 못해,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된 지 146일 만이다.
한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대표로서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라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국민들께 죄송하다”라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 전 대표의 퇴장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결과로 해석됐다. 한 전 대표는 앞서 지난 14일 윤 대통령 2차 탄핵안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한 전 대표는 탄핵안 부결이라는 당론에 반했다는 이유로 ‘책임론’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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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월 16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한 전 대표는 탄핵안 가결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론 위반에 대한 의원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제가 투표했나”, “비상계엄을 제가 했나”라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격앙된 분위기 속 지도부를 구성했던 친한계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한동훈 체제는 붕괴됐다.
최고위 해체에 따라 친윤계는 한 전 대표 사퇴 압박에 나섰다. 주말 동안 원내는 물론 원외에서도 한 전 대표를 향한 공세는 이어졌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서 한 대표를 향해 “소원대로 탄핵 소추 되었으니 그만 사라지거라. 계속 버티면 추함만 더할 뿐 끌려 나가게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헌승 전국위원회 의장 또한 전날 SNS를 통해 “엄중한 시기인 만큼 당헌에 따라 속히 비대위가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대위 설치를 위한 절차를 지체 없이 진행하겠다”라며 한 전 대표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친윤계가 사실상 한 전 대표를 축출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퇴장 후에도 정국을 수습할 대안을 찾지 못해 성급한 조치로 자중지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은 한 전 대표 사퇴 후 이날 국회에서 중진회의를 개최하고 당 안정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후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다. 또 이들은 오후 3시부터 2시간 30분가량 의원총회를 개최했지만, 비대위원장 후보군도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대표가 오늘 사임했기 때문에 조금 더 숙고하고, (어떤 것이)당의 위기 수습과 발전을 위해 도움 되는지 수요일쯤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라며 비대위 전환에 대한 결론이 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을 수습할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권력 투쟁을 위해 한 대표 축출에만 집중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만 보이고 있어, 당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구하자니, (기득권인)친윤들이 청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클 것이고, 내부에서 구하자니 독배를 마시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면서 비대위원장 구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평론가는 “현재 국민의힘이 하는 모습은 민심과 크게 괴리가 있다. 친윤계가 (계속)당을 장악하겠다는 것은 계엄 정당이라는 이미지에, 탄핵 정당 그리고 탄핵 반대 정당의 이미지까지 낙인을 찍는 것이다. 이들이 당을 이끄는 동안 당의 혼란은 조속히 수습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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