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가까스로 버티며 선방하고 있던 한국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잇단 귀조노조·금수저 노조의 연쇄파업으로 간신히 회복했던 수출동력이 다시 꺼지고 있다. 20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던 한국수출이 지난 8월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 했지만 한 달만에 파업으로 다시 꼬꾸라졌다.
현대기아자동차의 파업이 한국수출전선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경제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은 올 7월 국내생산량에서 인도에 밀려 '글로벌 빅5'에서 밀려났다. 12년 만에 세계 6위로 추락했다. 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 자동차 수출량도 멕시코에 발목을 잡혀 2005년 이후 '글로벌 빅3'의 자리를 내줬다. 생산과 수출이 동반 추락하면서 자동차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뒷걸음질을 친 것은 순전히 노조 탓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달 26일 12년 만에 전면 파업을 벌였다. 올해만 24번째의 파업이다.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13만1000여 대, 피해액은 2조9000여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노조는 이달에도 부분파업을 지속할 전망이다.
2015년 기준 국내 자동차 5사의 평균 임금은 1인당 9313만원이다. 글로벌 경쟁 기업인 도요타(약 7961만원)나 폴크스바겐(약 7841만원)보다 훨씬 높다. 현대차노조는 얼마 전 임금 매달 5만8000원 인상에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의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반대하자 사측에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연봉 1억원의 현대차노조가 26일 12년만의 전면파업에 이어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영향으로 자동차생산규모가 인도에 밀려 6위로 후퇴했고 수출 역시 멕시코에 밀려 4위로 미끄러졌다. 자동차 노조 파업 여파로 20개월만이 회복세를 보였던 수출도 한 달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연합뉴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GM·포드·크라이슬러는 2007년부터 8년, 도요타는 2009년부터 5년간 임금을 동결했는데 현대차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임금을 50% 이상 올렸다. 회사 미래를 위해 파업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마이동풍이다.
현대차가 생산·수출에서 진퇴양난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그야말로 노조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한국자동차 산업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이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가장 높다. 한국은 매출 대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2.0%다. 도요타는 7.8%, 폴크스바겐은 9.7%에 불과하다. 국내 자동차 5사의 최근 5년(2011~2015년) 연평균 인건비 상승률은 4.3%다. 폴크스바겐(3.3%), 도요타(2.5%), GM(0.6%)보다 훨씬 높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평균 임금 인상률은 각각 5.1%와 5.0%로 글로벌 업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임금 인상률은 최고 수준인 반면 생산량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1인당 매출액은 7억4000여만 원으로 도요타 15억944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1인당 생산 대수 역시 도요타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HPV) 역시 한국은 26.4시간, 도요타는 24.1시간, GM 23.4시간보다 길었다.
자동차 노조 파업 여파는 국가 경제 지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개월만이 지난 8월 수출 증가율이 2.6%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였지만 한달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수출액은 40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9% 줄었다. 자동차 수출이 24% 감소해 2009년 8월 이후 최대를 기록한 것이 치명타였다.
뿐만 아니다. 강성조조의 '나만 잘 살자'는 이기주의와 잇따른 파업, 기득권 지키기는 결국 신설 공장의 해외 이탈을 부추기고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5월 기아차 멕시코 공장 가동에 이어 10월 현대차 중국 4공장을 가동한다. 현재 현대차는 7개국에 11개 공장, 4만6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6년 아산 공장에 30만대 규모를 증설한 것이 마지막이다. 해외에서는 1만7000명의 일자리가 더 생겼지만 지난 5년간 국내신규 채용은 8000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강성 노조'가 상징하는 고비용·저효율 자동차 산업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자동차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동차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강성 노조의 요구에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저비용 고효율의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현대차는 신의 직장이자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최고 선망의 직장이다. 연봉 1억원에 국내 최고 수준의 복지혜택을 누리는 그들이 이마에 붉은 띠를 두르고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며 노동해방을 외치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약 5000개가 넘는 2차, 3차 협력업체는 현대차 생산라인이 멈추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생산 물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은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오직하면 불매운동까지 나왔을까.
임금인상은커녕 일자리만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근로자들의 눈에 이들의 투정은 곱게 비칠 리 없다. 기득권 유지와 돈타령에 매달려 같은 근로자들이야 굶든 일자리를 잃든 눈 감고 있는 그들에게 민심도 기업의 인내도 임계치에 다다랐음을 알아야 한다.
임금은 국내외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면서 생산성은 전 세계 공장 중에서 꼴찌다. 수출도 생산량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래도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고 머리띠를 맨다. 더 이상 그들의 응석과 투정을 받아들였다간 그야말로 기업도 국가경제도 난파위기다.
소비자는 현명하다. 기업의 생존 요건은 저비용 고효율이다. 좋은 차를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면 소비자 마다하지 않는다. 기업은 더 큰 이익이 있을 곳을 찾아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현대차 노조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