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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오너리스크…재계, '당황' 넘어 '공황'

2017-01-18 11:23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총수(오너) 소환 가능성이 열리면서 재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18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검수사가 다른 대기업그룹으로까지 확산해 또 다시 총수의 경영공백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 경영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고 높아지고 있다.  

1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삼성에 이어 조만간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으로 뇌물 의혹 기업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재계에 일파만파의 파문이 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재벌 총수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한화, 한진, GS, CJ 등 그룹 9명이다. 재계는 사법처리 대상이 이들 회장 전원에게 확대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보이며 특검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무엇보다 총수 부재가 기업 경영에 당장 큰 영향을 줄 수는 없겠지만 다른 대기업이 이미 거론됐고 특검수사도 예고된 만큼, 문제가 확산하고 장기화하면 경영 계획을 세우고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워지는 등 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검팀은 18일 이재용 부회장 구속 여부 결정과 삼성의 뇌물 의혹 수사를 일단락하고, 조만간 SK와 롯데로 수사를 확대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소환 조사도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SK의 경우 특별팀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SK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을 요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그해 7월 24일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과 단독 면담에서 최 회장의 사면 문제를 논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확보한 상태로, 최태원 회장은 20여일이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받아 출소했다.

SK그룹은 같은 해 11월 미르재단에 68억원을 출연했고 이듬해 2∼4월에는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을 냈다. 이들 재단 설립에는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깊숙이 관여했다.

미디어펜 자료사진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를 며칠 앞두고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최 회장 사면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자료를 SK에서 받아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정황도 포착했다.

삼성에 이어 특검의 다음 수사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는 롯데그룹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검팀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3월 14일 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진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다. 특검팀은 롯데의 자금 출연이 면세점 인허가를 따내기 위한 뇌물일 것이라는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CJ, 부영 등 다른 대기업들도 특검 수사가 어느 정도로 확대될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작년 8월 특별사면을 받은 정황과 관련해 손경식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할 때 직접 사면을 부탁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대가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만큼 특검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초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로 주요 기업 총수의 소환은 더 이상 일어날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당시 SK, 롯데 등은 일부 기업은 어느 정도 소명이 이뤄졌다고 보고 경영정상화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총수들이 다시 특검 소환이라는 위기에 직면하면서 모든 일정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가 힘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재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어 우려가 더 크다"며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들도 과거와 달리 경영혁신을 통한 수익 극대화 등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 찬 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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