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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통신비 인하 '최후통첩'…이통3사 '멘붕'

2017-06-08 11:16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동통신 3사가 사면초가다. 정부의 통신료 인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대안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자니 수익 하락은 물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렇다고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4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앞에서 시민이 판매 게시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정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오는 9일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비 인하 이행방안’에 대한 업무 보고를 다시 받을 예정이다.

최근 국정기획위는 미래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했다. 미래부가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다. 통신비 인하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미래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기본료 폐지에 난색을 표명했다. 월 1만1000원 상당의 기본료가 폐지 될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이통 3사의 수익은 7조9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이통 3사 전체 영업이익(3조6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 금액이다.

업계는 요금제 자체를 정부에서 강제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4G 요금제에 기본료 항목이 없고, 시장경쟁 체제에서 정부가 기본료 폐지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정해진 틀 속에 통신사들을 집어넣으려는 상황이다.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책을 결정했으면 좋겠다”며 “일부에서 요금을 축소해도 회사 경영에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수익이 줄면 차세대 망 투자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방인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양쪽의 입장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솔로몬의 해법’을 찾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기본료 항목이 있는 2G와 3G 요금제만 기본료를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할인을 받는 대상자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5512만명) 가운데 2G‧3G 사용자는 15%(803만명) 수준이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2G와 3G 기본료 폐지도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인당 망 운영비가 높아진 가운데 기본료가 없어지면 사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관계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미래부는 업계의 현실과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해 업무보고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국정기획위가 대통령 공약 이행을 강조하면서 업부보고 자체를 거부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차선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본료가 폐지되면 단기적으로는 체감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본료 폐지로 인해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단말 지원금과 기타 요금할인 혜택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이동통신 시장에 충격파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새 정부도 단말 가격의 거품을 빼기 위해 분리공시제 카드를 만지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휴대전화 구매 고객에게 지급되는 제조업체의 지원금과 이통사의 지원금을 별개로 공시하는 제도다. LG전자는 이 방안에 찬성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영업기밀 노출 등을 이유로 도입을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이통 3사는 가시밭길이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찍힐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자칫 대통령 공약과 정부정책에 대핸 반발로 비춰 질까 행동 하나 하나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업종과 특정 기업에 대해 정부의 압박이 높아지면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본료폐지, 분리공시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등 다양한 이슈가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되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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