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논란'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갑질논란'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미스터피자(MP그룹) 창업자 정우현 회장이 지난 26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가신 역할을 해온 임원들은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오랜 기간 함께 일해 온 임원들을 통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정 회장의 이번 사퇴를 두고 '반쪽 사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또 정 회장은 회장이라는 직급체계만 내려놨을 뿐 등기임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및 대법원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방배동 MP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갑질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보복출점으로 지적된 미스터피자 이천점과 동인천역점을 바로 폐점한다고 밝혔다. 또 식자재 공급에 있어서도 일체의 친인척을 배제하고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식자재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등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MP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최병민 대표이사에게 국내 경영을 맡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대표를 비롯한 MP그룹의 임원들 대부분이 정 회장의 최측근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이 이들을 통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먼저 최 대표는 2012년부터 상근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경영지원, 국내영업 및 국내사업 등 핵심 부서를 거친 정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다. 최 대표가 MP그룹에서 임원으로 재직한 시기만 해도 5년이 넘는다.
해외사업을 맡고 있는 차재웅 부사장 역시 정 회장의 최측근 인사이다. 특히 차 부사장은 MP그룹의 물류·운송을 맡고 있는 굿타임이라는 기업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차 부사장은 2011년부터 굿타임의 대표이사를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굿타임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MP그룹 본사가 가맹점들에게 치즈 등 식자재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통행세'를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MP그룹을 지적하며 "미스터피자 치즈 공급과정은 정 회장 동생이 운영하는 장안유업에 약 6만원에 치즈를 공급하고 이 기업은 MP그룹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굿타임에 공급하고 굿타임은 8만7000원에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구조"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정 회장의 동생 등 친인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돼있는 관계사들이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면서 '치즈 통행세'를 받기 위해 설립·운영됐는지 여부와 이들 회사 간 자금 거래 내역을 분석 중이다.
감사원 수석감사관 출신인 김동연 MP그룹 감사도 2011년부터 상근감사로 재직 중이다. 비서실장인 김수진 부사장과 정영묵 법무실장도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임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정 회장 일가와 최측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지만 등기임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정 회장 아들인 정순민 MP그룹 부회장 역시 등기임원은 유지하고 있다.
등기임원은 기업 이사회에 참여할 권한이 주어지는 임원이다. 이사회는 기업의 중요한 장기 계획이나 의사결정 등을 정하는 것으로 등기임원만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 정 회장이 진정성 있게 경영에 물러나는 것이라면 등기임원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러한 배경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이 갑질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회장이라는 직급 체계만 내려놨을 뿐 아무 것도 바뀐 것은 없다"며 "'반쪽 사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정 회장의 가신 임원들도 사퇴하고 등기임원직도 내려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중에 정 회장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