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전국 낚시어선 중 85%가량을 차지하는 9.77t 어선이 이번에도 뒤집어졌다.
2015년 9월 18명의 사망·실종자를 낳은 추자도 돌고래호 사건 이후에도 전복사고에 취약한 10t 미만 낚싯배들의 사건 사고가 이어져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승선원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이번 인천 영흥도 낚싯배의 경우 급유선과의 충돌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배경으로 낮은 안전규제 기준을 적용받아 안전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 떠오르고 있다.
3일 오전6시9분 선창1호와 충돌한 명진15호(336t)는 선장이 좁은 수로에서 낚싯배를 발견하고도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조타실에서 선장을 보조해야 할 의무가 있는 갑판원도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낚싯배는 '어선법'에 따라 낚시인을 태우는 10t 미만 등록 어선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되고 사고가 난 9.77t 어선은 선원을 포함해 최대 22명을 태울 수 있다.
이는 도선(나룻배) 및 유람선 보다 탑승 허용인원이 50% 더 많고 구명뗏목을 갖출 필요 없이 어창을 개조한 객실에 승객을 눕혀 이동한다.
명진15호와 같이 상대적으로 큰 선박과 부딪히는 예기치 못한 전복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낚싯배에 대해서는 관할 해경서장이 영업시간과 운항횟수를 제한할 수 있으나 어민 생존권과 직결되어 부두 현장에서는 사실상 사문화됐다.
3일 오전6시9분 선창1호와 충돌한 명진15호(336t)는 선장이 좁은 수로에서 낚싯배를 발견하고도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미디어펜DB
허술한 안전규제 기준과 더불어 여전한 안전불감증은 이번 사고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낚싯배 안전교육 미이수자는 2014년 4.4%에서 2015년 6.2%, 2016년 7.1%로 계속 증가 추세다.
작년 한해동안 낚싯배에서의 불법행위는 구명조끼 미착용 및 승선 정원초과 218건 등 853건이 적발됐다. 이는 2년 전인 2014년(112건)보다 7.6배 급증한 수치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낚싯배 이용객은 2013년 195만 명에서 2016년 343만 명으로 75% 증가한 반면, 연간 사고는 3년만에 77건에서 208건으로 2.7배 증가했다. 이용객 보다 관련 사고가 더 빨리 늘어나고 있다.
전국민 모두의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렸던 2014년 세월호 사고 후 사망자가 발생한 낚싯배 주요사고는 18명이 사망·실종된 2015년 9월 돌고래호 등 3건에 달한다.
정부는 돌고래호 사고 후에야 낚싯배에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고 승선인원 초과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으나 사망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승객을 13명 이상 태우면 여객선으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규제를 해야 한다'는 해양안전관련 국제협약 권고에 따라, 2016년 낚싯배 규제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으나 전국낚시어선협회 등 낚시인 수천명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법개정에 반대하자 개정 추진을 멈췄다.
해사안전법에 따르면 좁은 수로를 항행하는 선박은 안전을 위해 수로 오른편 끝쪽에서 항행해야 하고, 선박충돌 방지를 위해 속력을 줄이거나 기관 작동을 정지하거나 후진하여 선박 진행을 완전히 멈춰야 한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선원들과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낚싯배의 현실이 만나 이번 사고를 빚어냈다.
낚싯배 선주 이익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억눌러서라도 정부의 안전규제 확립은 양보해선 안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