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포항지진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내진강재 사용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어 또다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은 잇따라 내진강재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비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9월 28일 포스코건설 송도 트리플타워 건설현장에 내진용 코일철근 초도 제품을 출하했다. 내진용 코일철근은 코인철근의 가공성과 내진철근의 높은 항복강도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제철은 'H코어' 브랜드를 론칭하고 롯데월드타워·킨텍스·김천 한국전력기술 사옥·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시장 확대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포스코 역시 SN강재·HSA강·TMCP강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10월3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SMK 2018'에서 H코어 제품을 전시했다./사진=미디어펜
업계는 내진강재를 사용하면 건축물이 지진에너지 및 방향에 유연하게 대응해 붕괴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지만, 현행 건축법이 진도 5 수준의 내진설계를 충족하면 건축물에 들어가는 자재에는 제한을 두지 않아 내진강재 시장이 성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도는 발생한 지진에 대한 사람의 체감 정도로, 진도 5는 건물 전체 진동 및 가벼운 물체가 이동하는 경우를 뜻한다.
그러나 기상청은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진도가 7을 넘는다고 발표했으며, 진원으로부터 90km 가량 떨어진 대구에서도 진도 5가 기록되기도 했다. 진도 7은 사람이 서 있기 곤란하고 회벽과 담장 등이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경북 포항 흥해읍에서는 한동대 느헤미야홀 외벽 일부가 무너져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등 2만6467건의 시설물 피해와 5만8107건의 주택 등 사유시설 피해가 속출했으며, 이후에도 인천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지진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무너진 한동대 느헤미야홀 외벽/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스마트 지진방재 시스템' 구축 △지진 조기경보 시간 단축 △긴급재난문자시스템 개선 △표기 방법 전환(규모→진도)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건축물 자체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한반도에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구조엔지니어의 강재 선정시 내진성능이 확보된 강재 사용을 강제하고 있으며, 일본도 건축물에는 SN 규격에 부합하는 강재만 쓸 수 있다. SN 규격은 내진설계 및 용접성 강화를 골자로 한다.
국내에서도 내진 H형강의 사용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진 철근과 후판의 경우 그 비율이 더욱 떨어지는 실정이다.
업계는 내진강재의 가격이 일반 제품 대비 높다면서도 국내 한 업체가 아파트벽을 이용해 내진철근과 일반철근의 성능을 비교한 결과 내진철근은 지진에너지 충격 흡수력이 일반 제품 대비 최대 30%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것 등을 근거로 내진강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향의 법개정을 촉구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