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개막부터 무관중 경기를 이어오던 프로야구가 관중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1~3단계로 세분화하고 1단계(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 이하에서 소규모 산발적 유행이 확산과 완화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프로스포츠의 제한적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프로야구, 프로축구의 관중을 허용키로 했다.
관중입장을 학수고대해온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기다렸다는 듯 지난달 30일 관중 입장을 대비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내놓았다. 빠르면 오는 7일부터는 야구장에서 제한적인 숫자이긴 하지만 관중들이 입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직관'에 목마른 야구팬들, 팬들의 응원소리가 그리운 선수들,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구단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프로야구가 여러 우려 속 관중 입장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무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지고 있는 잠실구장과 이전 관중 열기로 가득했던 당시 잠실구장 전경. /사진=더팩트, 두산 베어스
하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지역의 집단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프로야구장의 관중입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최근 지역 확산세가 두드러지자 지자체 자체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였다. 즉, 프로야구의 관중 입장이 실시되더라도 광주 연고의 KIA 타이거즈는 계속해서 무관중 홈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관중 입장이 허용돼 야구장을 찾게 되더라도 팬들은 상당한 수준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전처럼 야구의 묘미를 마음껏 즐기며 환호하고 고함치고, 맥주 한 잔 즐기면서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지는 못한다.
KBO가 마련한 경기 관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관람객 정보 확인을 위해 티켓 구매는 현장 판매 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 입장시 체온 체크와 구장 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기본이며, 동반 입장 관중도 1칸 이상 자리를 띄우고 앉아야 한다. 구장 내 매점, 화장실 등에선 최소 1m 이상 거리두기를 해야 하고 관람석에서 물과 음료 외에는 취식이 금지된다. 관중석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야구장의 관중 입장이 허용되면 다음과 같은 걱정이 따를 것이다.
제한적인 입장이라고 해도, 한꺼번에 수 천 명이 모이는 야구장을 찾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갈수록 더워지는 날씨에 마스크를 쓰고 앉아 마음껏 응원의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데 '직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은 성숙한 팬 의식만 있으면 시원한 홈런 타구처럼 날려버릴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대만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일찍 올 시즌 개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국민들과 의료진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각고의 노력 덕분이었다. 여기에 보태 KBO가 야구장 안팎의 철저한 방역 지침을 마련하고, 각 구단은 적극 협조하면서 선수단의 안전을 위한 세심한 주의와 협력을 했다. 일본에서 선수 및 구단 관계자 가운데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할 때 국내 프로야구는 코로나19 무풍지대로 개막을 더 빨리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
이제는 관중들의 역할이 커졌다. 야구장을 찾을 경우 무조건 안전이 우선이다. 팬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직관'할 수 있는 권리를 계속 누리려면 관중이 입장하는 야구장도 코로나19 청정 지역을 유지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야구장 응원 문화는 당분간 바뀌어야 할 것이다. 흥이 덜 나고 이전보다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이 또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최근 야구팬들은 음주운전을 하다 세 차례나 적발된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의 국내 복귀를 여론으로 막아낸 바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르며, 어떤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지 정도는 다 아는 KBO리그 '찐팬'들의 수준과 힘을 보여줬다.
'야구장 관중 입장을 허용했더니, 어느 구장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이런 뉴스가 나오면 다시 무관중으로 돌아가고, 예정됐던 경기가 취소되거나 리그가 중단될 수도 있다.
성숙한 의식의 야구팬들이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아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