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 4개월여 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관련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신경전이 여전해 1회 회동으로 단판을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양사 최고경영자(CEO)가 전향적인 결과를 도출하려면 '재실사'에 대한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만남의 시작부터 장소, 시간 배석자 범위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격납고 내에서 정비 작업을 받고 있는 A350 여객기./사진=아시아나항공
12일 재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인수에 나선 HDC현산은 CEO 간 대면 협상을 위한 실무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상 장소와 시간은 물론 배석자 범위, 논의 방식과 내용까지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는 양사 대표이사인 권순호 HDC현산 사장과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이 마주 앉을 가능성이 높다. 현산에서는 경영기획 업무 총괄을 맡은 정경구 전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현산은 권순호·정경구 각자 대표체제다.
우여곡절 끝에 양사 CEO가 마주 앉기로 했지만, 협상 준비 과정도 순조롭지만은 않다.
금호산업은 협상의 주제와 내용을 먼저 실무진 선에서 검토하고 협의한 뒤에 안건으로 정리해 CEO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HDC현산은 실무진 조율 없이 대표이사 만남을 갖자며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은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대화 주제를 사전에 조율하자는 입장이지만 HDC현산은 실무 조율보다는 CEO 간 담판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양측은 이번 협상을 제안하고 수락하는 과정에서도 신경전을 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만남 성사와 불발 크게 두 가지다. 대면협상이 이뤄지더라도, 극적 합의에 대한 기대감은 희박하다.
만약 양사 CEO가 한 테이블에서 마주 앉는다면, 재실사 여부를 놓고 실랑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 간극이 한 차례 만남으로는 좁혀질 수 없기 때문에 몇 차례 더 회동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HDC현산은 금호산업 측이 진술 및 보장이 진실돼야 한다는 계약의 기본조건을 위반했다며 '무조건 재실사'를 외치고 있다.
부채 급등 등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한 데 이어 동의 없이 막대한 차입이 진행됐다고 토로했다. 또 부실 계열사 지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외부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게 이유다.
반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7주간의 정밀실사 과정에서 경영현황을 보고했고, SPA 체결 이전부터 돌발변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또 향후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를 마친 부분이기 때문에 재실사에 따른 딜 지연은 허용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타협안이 나온다면, 한 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금호산업 측은 재실사를 허용하되 기간을 단축하라고 제안할 수 있고, HDC현산는 재실사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의견도 만만찮다. HDC현산의 재실사 요청은 구주 가격과 인수대금을 깎기 위한 의도가 크다. 금호산업과 채권단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재실사를 최종 거절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호산업은 이미 협상 불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금호산업은 "SPA 해제 여부는 이번 미팅 등 협의 진행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면, 딜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셈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만남 전제조건으로 HDC현산이 재실사 확약을 달라거나, 금호산업이 재실사 불허를 내세우는 경우다. 애초에 대면협상 조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곧장 '노 딜'행 열차를 타게 된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