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장에 나온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해 계열사·협력사를 동원, 무리하게 금호고속을 지원하고자 했던 박삼구 전 회장이 경쟁당국의 검찰 고발조치 등 불명예를 면치 못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날 경우 경영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에 따르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 차원에서 계열사 인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금호고속에 힘을 실어주고자 계열사와 협력사, 해외 기내식 업체를 동원해 2906억원을 조달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로 인한 유동성 위기와 2010년 금호산업·금호타이어 구조조정·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자율협약 개시 등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 관리 하에 놓인 상태다. 때문에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되자 박 전 회장은 2015년 사실상의 지주사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설립해 계열사 인수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금호고속은 계열사 인수를 위해 총 1조원 넘는 자금을 손에 쥐고자 했고, NH투자증권에서 5300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금호고속의 재정·신용 상태가 열악해 자체 자금 조달이 불가해졌다.
이에 박 전 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금호산업 지주사업부 소속 전략경영실을 통해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IDT등 9개 계열사와 협력사, 해외 기내식 업체 게이트고메코리아 등을 통해 자금 조달방안을 기획했고 실행에 옮겼다.
영세 협력사들은 금호고속과 협의 없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정한 조건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일부 협력사는 계약서 상에 직접 서명이나 날인을 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자금 조달의 총 책임자였던 박 전 회장이 '갑질'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금호아시아나 로고./사진=공정거래위원회·금호아시아나
공정위에 따르면 이 행위를 통해 금호고속이 추가로 확보하게 된 자금은 계열사 1306억원, 게이트고메코리아 1600억원 등 총 2906억원이다. 이 과정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스위스 게이트그룹에 발행했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30년동안 보장하기로 하는 등 일괄 거래를 진행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에서 배임 등 법률상 위험을 이유로 들어 본계약 체결에서는 이를 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점에 비춰 공정위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가 사익 편취 목적으로 부당한 내부거래를 지능적이고 은밀하게 진행했고, 제3자인 기내식 업체를 통해 금호고속 우회 지원을 은닉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81억8100만원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에 32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향후 행위금지명령을 내렸다. 또 박 전 회장과 그룹 경영진과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등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 참고인 조사·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통해 증거를 찾아냈다"며 "계열사들의 동반 부실 우려를 불러온 조직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로 공정위의 철퇴를 맞은 박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유죄 판결이 날 경우 박 전 회장은 경영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정 회사를 위해 회장의 이름으로 지원을 명령해 계열사에 피해를 입힌 것은 명백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 교수는 "협력사들에 대한 박 전 회장의 행위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강요죄·업무방해죄·사기죄 등이 성립될 수 있다"며 "특히 형사상 사기죄의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공정위의 정식 의결서가 나오는대로 면밀히 검토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